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Dec 06. 2022

첫눈

눈의 꽃 - 박효신

드디어 박효신을 다룰 날이 왔다.


진정한 첫눈이 오는 날.

듣지 않을 수 없는 노래.


소지섭이 출연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로 크게 사랑을 받은 노래.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 '雪の華'을 개사한 노래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만큼
겨울은 가까워 오네요


도입부도 좋지만, 나는 이 노래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다룬 적 있는 BTS의 봄날에서,


시린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이 가사와 함께 가장 추운 겨울 차갑게, 얼어붙은 감정을 잘 살린 가사인 것 같다.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아,

첫눈을 보며 이 가사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눈 내리는 창 밖을 보며 함께 있었던 그 시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포근하고 따뜻한 때가 있었다


그곳이 누추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돈을 벌어 좋은 곳에서 홀로 바라보는 눈 오는 풍경은 쓸쓸하기만 하다.


내 모든 걸 다 주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그 열정은 어디 갔을까.


추운 날씨에 지치고 힘들어도 함께 안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토록 행복했던 그 시절. 그립다.




바람이 나의 창을 흔들고
어두운 밤마저 깨우면
그대 아픈 기억마저도
내가 다 지워줄게요
환한 그 미소로

끝없이 내리는
새하얀 눈꽃들로
우리 걷던 이 거리가
어느새 변한 것도 모르는 채
환한 빛으로 물들어가요

누군가를 위해 나 살아갔나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이런 게 사랑인 줄 배웠어요


너무나도 좋아하고 많이 부르던 노래다 보니,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일부 가사만 이야기할 수 없어,

이 흐름 전체를 담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 노래는 가사에 대한 느낌을 말할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그냥 그대로 부르고 듣고 느끼면 되는 것.


하지만 작가라는 미명 아래, 한마디만 보탠다면,


‘바람이 나의 창을 흔들면’ 이라고 말하는데, 왜 내 마음이 쓸쓸하게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끝없이 눈은 내리고, 세상은 하얗게 변해가고,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다.




울지 말아요 나를 바라봐요
그저 그대의 곁에서
함께 있고 싶은 맘뿐이라고
다신 그댈 놓지 않을게요

끝없이 내리며 우릴 감싸온
거리 가득한 눈꽃 속에서
그대와 내 가슴에 조금씩
작은 추억을 그리네요

영원히 내 곁에 그대
있어요


군대를 가거나, 유학을 떠나면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어야 할 때 왜 그렇게 슬프던지.


이 절정의 끝으로 가는 가사만큼이나,

너도 울고, 나도 울고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자리를 뜰 수조차 없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날, 들뜬 마음으로 나도 너를 향해 달려가고,

너도 굳이 공항까지 마중 나와서,

떨어지지 말고 우리 함께 하자던 그 추억.


그날들도 이렇게 춥고 눈이 오는 날이라서,

매년 첫눈이 오는 날이면, 하얀 눈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긴다.


보고 싶다.


https://youtu.be/sr3JaQ3h7YA


PS. 포지션의 I love you

마찬가지 일본 곡을 개사한 노래인데, 함께 추천합니다.

이전 07화 살다가 답답해지면 듣고 싶어지는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