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어요.
하루종일 시달려서 피곤한 나머지,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씻고 잠시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지요.
일찍 잠들었던지 새벽에 깼습니다. 새벽 한두 시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화장실을 잠시 다녀와서 창 밖을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요.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이건 뭘까?
아무리 밤이라지만, 서울 도심 내에 이렇게 안개가 끼어 있다니.
이 정도면 사람은 걸어 다니고, 차는 다닐 수 있나?
산에선 이런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었어요.
아름다웠죠.
비슷한 듯 다른 듯.
하지만, 두 풍경 모두 제 마음에 들어온 건 마찬가지였어요.
무언가에 홀린 듯 밖으로 나갔지요.
정말 서울이 이렇게 어둡고 흐려도 되나 싶을 정도더군요.
산에 올라 안개에 둘러 싸인 산들을 볼 때의 호젓함은 아니었고,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웬일인지 더 걷고 싶었어요.
또 다른 곳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정처 없이 걸어 보았지요.
참 사람이란 이상하죠.
분명 춥고 무서울 텐데.
졸린데도 마냥 걷게 되더라구요.
아무도 없는, 이 길을 걷는데 두렵기는 커녕,
점점 더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지금 이 안개 속 나는 무엇일까.
안개 속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갑자기 사는 게 뭔가 싶고.
일이고 뭐고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다, 안개가 내린 올림픽 대로를 내려다 보았지요.
간간이 한 대씩 지나가는 차를 보며,
그리고 가로등을 보며,
왠지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걷다가 지치기도 하고,
문득 차를 타고 이 밤길을 달려보고 싶었어요.
새벽이고 안개 때문에 대로에도 차가 없었어요.
완벽한 혼자.
그리고 밤안개.
문득 이 밤이 내 생애 가장 완벽한 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동안 달렸지요.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어요.
그날 밤은 외롭다기 보다,
모든 거슬리는 것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된,
시간이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잠이 들었죠.
그 어느 때보다 곤히 잠들었던 것 같아요.
꿈속에선 어젯밤 일이 꿈처럼 펼쳐졌지요.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내가 가고 있는 길을 알아야 하나.
내가 원하는 길은 어떤 길인가.
그 길이 남들이 원하는 길이 아닌,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인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낮까지만 해도 매일 할 일들을 체크하고, 미리 계획하며 쫓기듯 살던 저였는데요.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 만난 하늘 또한 이렇게,
저를 한편으론 생각하게,
또 다른 한편으론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때 저와 함께 했던 음악이에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잠시라도,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완벽한 나만의 시간이 있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