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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Sep 15. 2022

로맨스가 할 수 있는 일

우다 작가의 <재벌과의 인터뷰>

주의: 이 글은 해당 작품의 줄거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물결이 거세진 2015년에도 그 이후에도, 로맨스 웹툰과 웹소설은 많은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사랑의 수호자와 같은, 마르고 예쁜 용태에 집안일도 잘하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믿지 않는 냉혈하고 거친 남자 주인공을 길들이고, 그의 폭력과 무례를 용서하여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로맨스 장르의 공식은 지금까지도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지요. 몇몇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로맨스 서사를 소비하는 여성 독자들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로맨스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주만 달리할 뿐, 만들어진 성차를 이입하고 내면화하는 데 복무하는 주요한 콘텐츠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서은영, 107쪽). 타당한 의심이고, 지금의 웹툰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통찰입니다. 전형적인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치장하고 서로 질투하는 여자 주인공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한류 영향을 받는 아시아권 국가들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95쪽). 한편으로는 한국 가부장제 사회에 대항하는 서사가 늘었지만, 동시에 페미니즘 논의에서 이탈한 것만 같은 로맨스 웹툰과 웹소설 역시 꾸준히 소비되고 있죠.


하지만 로맨스 장르를 소비하는 일이 “페미니즘에 역행한다”는 주장에 마냥 긍정할 수 없는 이유는 (101쪽), 이러한 비판은 종종 독자들을 “훈련받지 않은 독자, 즉 자기기만적인 지각을 가진 여성들”로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허윤, 48쪽). 여성 독자들이 “자신이 경험하는 억압의 근본적인 원인이 젠더에 있다는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텍스트의 소비자를 넘어 “텍스트를 해석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41쪽). “독자들은 이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세심하게 판별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혐오를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진원, 176쪽). 그렇다면, 그럼에도 여성 독자들이 로맨스를 읽는 이유는 뭘까요? 로맨스, 전복의 가능성을 묻다의 저자 손진원은 “로맨스는 철저히 여성의 편에 서서” 여성의 욕망을 말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159쪽):

로맨스는 여성 보상의  이야기다. 로맨스는 낭만적 사랑에 관한 동시대 여성들의 고민과 욕망을 해소하였으며, 남성과의 관계와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여성 나름의 타협과 이상향을 그려놓았다. (160-61쪽)


로맨스가 진정 “여성 보상의 이야기”라면, 텍스트의 독자인 동시에 비평가로 거듭나는 여성들이 원하는 보상이 무엇인지를 빠르고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는 장르야말로 로맨스일 것입니다. 페미니즘 물결 이후 한국 여성 독자들이 원하는 보상에 ‘사랑’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는 거짓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합니다. 욕망의 대상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를 좇아갑니다. 그러나 전과 같은 사랑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한 집의 딸에서 다른 집의 며느리가 되는 플롯은 더 이상 한국 여성 독자들이 원하는 보상이 아니지요. 우리는 새로운 보상을 원합니다. 로맨스가 여성 보상의 이야기라면, K-로맨스 역시 이전과는 다른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여전히 여성의 편에 서서 여성의 욕망을 대변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가부장제라는 클리셰를 박살 내는 일로 말입니다.

<재벌과의 인터뷰> 1화. 로맨스 웹소설 작가인 지은은 온갖 종류의 남주를 다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이 장면은 한편으로 위에 적힌 남주 유형들만으로는 더는 한국 여성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따라서 새로운 종류의 로맨스가 요구된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여전히 훨씬 많은 로맨스 웹툰과 웹소설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이성애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로맨스는 여전히 전복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로맨스를 많이 읽고 연구했을 여성 작가들은 로맨스를 가장 기발하게 해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가부장제 해체쇼’에서 독자들은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보상감과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장르로서의 로맨스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장 획기적으로, 그것도 재미있게 넓혀가는 작품으로 우다 작가의 <재벌과의 인터뷰>를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우다 작가의 <재벌과의 인터뷰>는 ‘재벌 남주’와 ‘서민 여주’의 사랑이라는 재벌 로맨스물의 공식을 유지하면서도, 그 공식을 지탱해왔던 클리셰들의 우스꽝스러움을 전면에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로맨스 웹소설 작가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겸업하는 여자 주인공 지은은 스웨덴에서 글로벌 대기업 회장의 장남인 양서준을 만납니다. 아름다운 스웨덴 경치를 천천히 즐기다 만나는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기상이변 때문에 비에 쫄딱 맞아 급하게 도망쳐 들어온 비상 셸터에서요. 한국인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인인 양서준은 관심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지은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지만, 지은이 먹자고 권한 라면 냄새와 팩소주의 유혹에 넘어가 순식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헤실거리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안주 없이 남은 술을 마시기 아까워 “… 앞에서 반찬 국물 핥아먹으면 이상하게 보실 건가요?”라고 묻는 지은에게 양서준은 남겨둔 깻잎 통조림 값을 자신이 100만 원에 살 테니 그걸 대신 먹으라고 합니다 (우다, 1화).

<재벌과의 인터뷰> 1화. 왼쪽이 지은, 오른쪽이 양서준이다.

낭만보다 개그가 넘치는 대화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일어난 폭우가 홍수로 번지면서 비상 셸터는 무너질 위험에 처합니다. 양서준이 구조대에 연락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가서 무전을 시도하지만 연결되지 않죠. 지은은 패닉에 빠져 울고 있는 양서준의 뺨을 때려 이성을 붙잡게 만들고, 손전등과 겉옷을 휘두르며 “으아아아아!! 헬프 미이이이이!!!!”라고 외칩니다 (2화). 그 모습을 보고 양서준도 눈물을 닦고 함께 구조 요청을 하지만, 흔한 로맨스 속 연약한 여자 주인공처럼 강풍에 후웅 날아가 버릴 뻔하지요. 그러나 다부진 체격에 근육질인 지은이 온 힘을 다해 물에 빠지기 직전인 양서준을 지붕 위에서 끌어당깁니다. 그 사이에 구조대가 도착하지요.

<재벌과의 인터뷰> 2화. 무너져 가는 셸터의 지붕 위에서 지은이 추락하기 직전의 양서준을 붙잡고 있다.

이후 양서준의 회사 태양 에너지가 이 일을 비밀에 부치는 바람에 지은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양서준은 당시 건네지 못한 깻잎 값 100만 원을 갚겠다는 명목으로 모양뿐인 문학 공모전을 엽니다. 하지만 지은이 오직 양서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지은의 이름이 외 자인 걸 몰랐던 양서준은 처음에는 ‘지은’이라는 이름의 지원자들만, 그다음에는 조난당했던 소재를 다룬 지원작에만 정신이 팔려 진짜 지은의 작품은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한 푼이라도 아쉬운 지은이 체면 다 구기고 직접 태양 에너지 회사에 들락거린 이후에야, 그리고 <재벌과의 인터뷰>가 연재되기 시작한 지 9주가 지나서야 둘은 재회하게 되지요.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에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재벌과의 인터뷰>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로맨스 서사의 클리셰를 쉴 새 없이 뒤집고 비틀어버립니다. 일단 여자 주인공 지은을 근육질에 꾸밈없는 외모와 적극적이고 당당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설정하는 것, 남자 주인공 양서준에게 오만하지 않고 되려 내성적인 성격과 여자 주인공보다 조금 허약한 신체 능력을 안겨주는 것은 할리퀸 로맨스 전통의 ‘여성스러운 여주’와 ‘남자다운 남주’의 클리셰를 깹니다. 또 연애를 잘 모르고 순수하여 내숭을 떠는 것처럼 비치곤 하는 많은 로맨스물의 여자 주인공들과는 달리, 지은은 로맨스 웹소설을 쓰는 사람이기에 로맨스의 클리셰에 누구보다도 박식하고, 동시에 그러한 클리셰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면 얼마나 '오글거리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 재벌들이 나오는 작품에서 서민 여자 주인공을 뒷조사하는 에피소드는 흔하디 흔하지만, 양서준은 지은을 “꿈속의 존재가 아닌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10화) 뒷조사 없이 지은을 찾으려 합니다 (4화). 양서준의 민감함과 내성적인 면모는 을 밀어내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라 배려하는 데에도 쓰고 있고, 이러한 성격은 독자들에게 양서준을 곧 여자 주인공의 사랑에 감겨 후회하게 될 '나쁜 남자'가 아니라, 나름의 윤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사람으로서 여자 주인공을 대하고 싶은 착한 남자로 인식시킵니다.

<재벌과의 인터뷰> 10화. 양서준은 스웨덴에서의 일 이후 겨우 재회한 지은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지은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지 않나 걱정한다.


할리퀸 로맨스에서 독자들은 “여성성에 의해 길들여지는 남성성”에 열광했습니다: “사랑은 거친 남성을 길들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등장하고, 여성들은 여기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손진원, 166쪽). 2010년 중후반 큰 성공을 거둔 로맨스 판타지 웹툰에서도 소위 ‘나쁜 남자’가 선량한 여자 주인공에게 매료되어 변화하면서 느끼게 되는 “애절함과 절절한 감정은 그간 남주의 모든 결함을 용인하고 용서하는 데 유효”한 장치로 여겨졌고요 (서은영, 101쪽). 하지만 <재벌과의 인터뷰>에 독자가 용서해줘야 할 남주는 없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이미 지은에게 ‘감겨버린’ 양서준에게서는 여성성에 의해 길들여져야 할 폭력적이고 오만한 남성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독자들은 강압적인 마초남의 매력이나 찌질한 후회남 대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서민 여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방법을 동원하는 순애보 남주를 봅니다. 진실되고 조신한 남자, 그리고 처음부터 여성을 욕망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주체로 보는 남자. 바로 그런 모습이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보상’으로 다가오지요. 양서준이 보여주는 남성성은 현실에선, 안타깝게도, 많이 만나보기 어려운 남성성이니까요.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블랙 카드를 쥐여 주며 제발 원하는 것은 다 사라고 애원하고 자신은 자리를 비켜주는 재벌남 양서준(14화). 하지만 여자 주인공과 여성 독자들이 사랑할 재벌이 반드시 재벌'남'일 이유는 있을까요? 그것 역시 클리셰 아닐까요? 그래서 우다 작가는 이성애라는 클리셰도 깨버립니다. 지은이 필명 ‘아뜨린느’로 쓴 웹소설 <재벌의 침대는 별이 다섯 개>와 <거상 레채랑>의 열렬한 팬이자, 지은의 차기작을 위해 진짜 재벌의 사치를 경험하게 해 주는 ‘집착광공’ 재벌’녀’ 양서정을 통해서요.

<재벌과의 인터뷰> 40화, 노란 머리의 여성이 양서정이다. 지은은 양서정이 자신을 호텔에 감금(?)해두고 웹소설 마감을 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나 집착광공 클리셰라고 생각한다.

양서정은 우연히 티브이에서 드라마화된 <재벌의 침대는 별이 다섯 개>를 보게 되고 그 길로 지은(아뜨린느)의 모든 작품을 정독하며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합니다. 아뜨린느 작가의 팬카페를 만들어 독서토론회를 개최하고 (22화), 법무법인에 지시해 웹소설의 불법 파일 유포 건을 모두 찾아내 법적 처벌을 받게 하지요 (24화). 또 소설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건질 수 있도록 지은을 대규모 크루즈 파티에 초대하고 (24화), 지은이 하루빨리 마감을 할 수 있도록 풀빌라 호텔에 묵게 하고 지은의 시간을 자신이 관리하려 하는 등 (40화) 전형적인 ‘집착광공’ (상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인을 의미하며 보통 동성 커플링에서 쓰이는 표현)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집착은 지은이 쓴 웹소설 속 ‘집착재벌남’과 ‘사이다’ 서사를 그대로 재현하면 지은에게 애정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양서정의 기대에서 비롯합니다. 이러한 기대는 예상치 못한 규모의 호의에 화들짝 놀라는 지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어져 독자들을 즐겁게 하지요. 동시에 지은의 ‘웹소설’을 위한 일이라는 양서정이 점차 지은이라는 사람 자체를 애정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모습 역시 이성애 로맨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만족감과 새로운 설렘을 안겨 줍니다: “세상에 한 여자를 둘러싼 남매의 치정극이었다니… 이런 장르 처음이야” (2020.5.14, ID potii, <재벌과의 인터뷰> 24화 댓글)

<재벌과의 인터뷰> 60화. 지은이 일하는 편의점에서 지은과의 데이트 약속을 두고 경쟁하는 양서준, 양서정.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보는 안경 쓴 여성은 사정을 알고 있는 비서 유능

어떤 때는 젠더 역할을 반전시켜서, 또 어떤 때는 당연한 듯 여겨졌던 전개를 보기 좋게 비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벌과의 인터뷰>는 분명 "로맨스 장르의 여성 차별적 시선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또 그 논리를 새롭게 뒤엎는 작품"입니다 (조경숙, 2020). 하지만 장르의 공식과 논리는 그저 지루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특정 장르를 특징짓는 공식들은 독자의 기대지평과 직결되어 있기에, 클리셰를 깨는 것은 작가에게 늘 위험부담을 안겨주죠. 클리셰를 그저 타파하기만 한다면, '어, 내가 원했던 장르가 아닌데'라는 반응만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들을 비트는 것 외에도, 빠르고 가볍게 웹툰을 소비하는 현대 독자들이 빠져나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순간을 미루는 일 역시 작가에게는 도전입니다. 우다 작가의 목소리가 직접 개입하여 “8화가 되도록 여주 남주가 재회하지 안 하는 이 웹툰… 로코인데 그래도 되는가? 작가가 독자를 상대로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걸까? 다음 주를 기대해주십쇼! … 제발!”이라고 외치던 8화의 스핀오프는 웃긴 동시에 절박하지요.


그러나 독자들은 기꺼이 다음 편을, 또 그다음 편을 기다리겠다고 외칩니다. 8화에서 1700명이 넘는 독자들의 ‘좋아요’를 받은 베스트 댓글은 이렇게 말합니다: “작가님 당신… 최고야… 이런 로코를 원했어…” (2020.1.22, ID 두둠칫, <재벌과의 로맨스> 8화 댓글란). 독자들은 <재벌과의 로맨스>로부터 그들이 원했던, 혹은 원하는지도 몰랐던 보상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뻔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뻔한 재벌로코”이기 때문입니다 (2020.2.26, ID 아현, <재벌과의 로맨스> 13화 댓글란). 뻔하지 않다, 하지만 뻔하다는 순서가 중요해 보입니다. 이 재벌 로맨스 코미디는 분명, 결국은 뻔합니다. 로맨스의 장르적 공식을 아주 부정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철저히 여성에 편에 서서 … 여성이 사랑을 할 때 부딪히게 될 사안들에 대해 여성적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남녀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니까요 (손진원, 159화). 연약하고 청순한 여주를 보호하는 마초 남주의 클리셰를 제하고도 여전히 <재벌과의 인터뷰>는 여전히 너무나 여성 보상의 이야기, 로맨스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성차별적 구조를 예리하게 인식하는 동시에 가부장제를 해체하는 대담한 사랑 이야기를 찾고 있는 '지금의 여성 독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보상의 이야기입니다.

<재벌과의 인터뷰> 8화 베스트댓글

장르로서의 로맨스가 가부장제를 전복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면 로맨스와의 결별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벌과의 인터뷰>와 같은 작품이 있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웹툰 분석은 여전히 로맨스를 말해야 합니다. 로맨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원하고 또 읽을 수 있게 될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서사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성평등하고,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https://webtoon.kakao.com/content/%EC%9E%AC%EB%B2%8C%EA%B3%BC%EC%9D%98-%EC%9D%B8%ED%84%B0%EB%B7%B0/1861


참고문헌

서은영. “로맨스판타지 웹툰의 부상과 재현: #서로판, #영애물, #집착남물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연구> 16권 3호, 2020, 93-113쪽.

손진원. "로맨스, 전복의 가능성을 묻다."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 강남규-김태형-민혜영-손진원 공저, 들녘, 2019, 143-83쪽.

우다. <재벌과의 인터뷰>. 카카오웹툰, 2019~.

조경숙. "재벌과의 로맨스로도 '여성서사'를 그릴 수 있을까: 웹툰 <재벌과의 인터뷰>." 웹툰가이드, 칼럼, 2020.8.2, https://www.webtoonguide.com/ko/board/column_ks/14585.

허윤. “로맨스 대신 페미니즘을!: ‘김지영 현상’과 ‘읽는 여성’의 욕망”. <문학과 사회> 31권 2호, 2018, 38-55쪽.  


댓글 인용

ID 두둠칫. <재벌과의 인터뷰> 8화 댓글, 2020.1.22 작성.

ID 아현. <재벌과의 인터뷰> 13화 댓글, 2020.2.26 작성.


- 작품에 대해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우다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 <재벌과의 인터뷰>는 현재 카카오웹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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