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뜬금없이 사주궁합을 보고 왔다.
유학생인 오빠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서른 중반인 오빠가 결혼할 수 있을지가 가족의 화두였다. 재밌게 이야기하던 와중, 오빠가 먼저 “부모가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만나야 행복할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나도, 오빠도 대답은 NO였다.
이 주제가 엄마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갑자기 엄마는 “너 걔랑 살면 안 좋대. 엄마가 꾹 참고 말 안 하려고 했는데...”라며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흔히 말하는 사주 궁합을 보고 온 듯했다. (남자친구의 생년월일은 올해 집안일과 겹치는 바람에 엄마가 알고 있다.)
내심 내 눈치가 보였는지, “너네 결혼시킬까 해서 택일받으러 간 거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딴에는 내가 남자친구 생긴 후로 신경 쓰는 것도 서로 너무 스트레스다 보니 그냥 빨리 결혼시키고 싶었단다. 그게 엄마한테도 좋은 방법일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택일을 봐주는 사람이 “나야 그냥 날짜 주고 돈 몇 백 받으면 되지만, 내 딸이면 절대 결혼 안 시킵니다.”라고 단호히 엄마를 돌려보냈다는 거다.
영업 상술 아니야? 처음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주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는 사람이지만 동의 없는 사주궁합은 당황스러웠다. 아무튼 그 사람의 말은 이렇다고 한다. 둘의 궁합은 좋을 확률 50, 나쁠 확률 50이라고. 성격적으로 날 많이 힘들게 할 거란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닐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주말 부부 수도 보이고 아무튼 본인 딸이면 결혼을 안 시키고 싶다고 했단다. 정 둘이 좋아죽겠다면 한 3년 뒤에 시키라고 한다.
엄마는 이어 말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알겠어? 엄마는 느낌이 왔단 말이야.” 이걸 믿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나도 남자친구의 성격상 어떤 부분이 나를 힘들게 할지 조금은 보이기 때문에 아예 부정할 수는 없었다.
옆에서 가만 듣고 있던 오빠는 “야, 다 믿는 거 아니지?”라며 나름 달래줬다. 엄마도 “엄마도 다 믿는 거 아냐. 근데 안 좋은 건 피해 갈 수 있으면 피해 가자는 거지.”라고 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