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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Dec 07. 2024

"너는 엄마처럼 안 살았으면 좋겠어."

딸을 부러워하는 엄마.

 엄마가 나의 결혼을 반대하는 데에는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뜻도 있었다. 


 내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부터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를 맡아달라는 부탁,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 등등을 이야기하면 엄마는 "우와~ 정말?" 하며 아이처럼 좋아하곤 한다. "뭐가 그렇게 좋아?" 하면 "우리 딸 너무 멋지게 살아서 좋아!"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그렇게 못 살았는데..."라고 덧붙인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 앞에 서는 딸이 엄마는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부러운 감정이 커 보였다. 엄마가 딸을 부러워한다, 이질적인 표현이긴 하다.


 "여자도 경제력 있으면 결혼 해도 돼. 하고 싶은 마음껏 펼치면서 자유롭게 살아."라는 엄마 세대는 하지 않을 법한 말까지 종종 한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잖아. 엄마가 겪어보니 여자로서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라면서 말이다.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인생에서 많은 꿈을 포기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다. 약 35년 전, 아빠와의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시댁살이를 했다는 엄마. 18평짜리 집에 객식구까지 포함하면 10명 가까이 살았다는 그곳에서 엄마 개인의 삶과 꿈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했어." 엄마는 늘 덤덤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아닌 다른 꿈이 있었다는 건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아니, 성인이 되어서야 물어봤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싶다. 한의사, 선생님... 당신이 얼마나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었는지, 당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의 엄마 눈빛은 늘 빛났다. "그래도 엄마는 너네 낳은 거 후회 안 해. 너네 자체가 내 인생이었고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결국 엄마는 결혼 이후 인생의 목표가 자식이 된 거다. 그 목표를 이루고 나서 쿨하게 떠나보내는 것도 엄마의 몫이겠지만,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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