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부러워하는 엄마.
엄마가 나의 결혼을 반대하는 데에는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뜻도 있었다.
내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부터 친구들의 결혼식 사회를 맡아달라는 부탁,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 등등을 이야기하면 엄마는 "우와~ 정말?" 하며 아이처럼 좋아하곤 한다. "뭐가 그렇게 좋아?" 하면 "우리 딸 너무 멋지게 살아서 좋아!"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그렇게 못 살았는데..."라고 덧붙인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 앞에 서는 딸이 엄마는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부러운 감정이 커 보였다. 엄마가 딸을 부러워한다, 이질적인 표현이긴 하다.
"여자도 경제력 있으면 결혼 안 해도 돼. 너 하고 싶은 꿈 마음껏 펼치면서 자유롭게 살아."라는 엄마 세대는 하지 않을 법한 말까지 종종 한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잖아. 엄마가 겪어보니 여자로서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라면서 말이다.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인생에서 많은 꿈을 포기하고 살아왔기 때문일 거다. 약 35년 전, 아빠와의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시댁살이를 했다는 엄마. 18평짜리 집에 객식구까지 포함하면 10명 가까이 살았다는 그곳에서 엄마 개인의 삶과 꿈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했어." 엄마는 늘 덤덤했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아닌 다른 꿈이 있었다는 건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아니, 성인이 되어서야 물어봤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싶다. 한의사, 선생님... 당신이 얼마나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었는지, 당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의 엄마 눈빛은 늘 빛났다. "그래도 엄마는 너네 낳은 거 후회 안 해. 너네 자체가 내 인생이었고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결국 엄마는 결혼 이후 인생의 목표가 자식이 된 거다. 그 목표를 이루고 나서 쿨하게 떠나보내는 것도 엄마의 몫이겠지만,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