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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연구자 김정태 Oct 09. 2023

메타버스와 게임, 분리해야 하나?

메타버스와 게임 상생방안 찾아야

메타버스 열풍이 한창이던, 2021년 여름(7월)과 겨울(12월)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면서 분리해야한다고 국회와 게임위까지 나선지 2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에,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거지스럽다"고 밝혔었습니다[1]. 이 글은 당시에 인터뷰했던 내용에 보강 및 재정리 했음을 밝혀드립니다.


물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보상태인 걸 보면, 메타버스와 게임이 분리되기는 쉽진 않아보이긴 합니다. 그러면서도, 메타버스 옹호진영에서는 어떻게든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비등합니다.  


분리하자면서도 메타버스-게임 분리주의자(메타버스 옹호론자)들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 치료목적의 '엔데버Rx'가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게임기반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자, 이를 '헬스 메타버스'라고 주장하니 '억지' 아닌가요?



1. 게임위, '메타버스와 게임이 다르다'고 발표


21년 말 발표된 게임물등급위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메타버스와 게임은 유사점이 있지만, 이용자 콘텐츠, 생산 가능성, 독자적 경제 체계 등이 차이가 나기에 게임과는 다르다고 판단된다'

고 결론낸 바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1) 이용자 콘텐츠의 경우는 이용자가 직접 컨텐츠를 만들어서 독자적인 경제 체제까지 만들어간다는 걸 강조하는데요. 기존 '게임'에도 그런 시도들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꾸민 것을 뽐내고 거래·교환도 했었죠. 이용자 콘텐츠는 메타버스의 유일한 요소가 아닙니다.


2) 생산가능성의 경우 메타버스 게임으로 불리는 마인크레프트나 로블록스가 기존 게임하고 차별화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게임에서도 MOD(modification)가 있어왔습니다. 아예 게임 엔진의 일부를 공개하는 개념으로, 로블록스보다 훨씬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한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생산가능성 역시 메타버스만의 유일한 요소라 볼 수 없습니다.


3) 독자적 경제 체제 요소에 대해서도 플레이어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거래해서 재화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역사를 보면 2000년대 이후로 플레이어들은 게임 아이템을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등 경제적 활동을 해 왔습니다. 독자적 경제 체제가 메타버스만의 유니크한 것은 아닙니다.



2. 국회에서도 '메타버스와 게임의 구분점' 발표


2021년. 7월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다"면서도 구분되는 점들을 지적하는 보고서(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냈습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메타버스와 게임의 구분점으로 

△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 구성원의 합의나 서비스 제공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초기화되지 않는다는 점

을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1) 개방구조라는 건 샌드박스 장르의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종료되지 않고, 3)리셋되지 않는 가상세계만이 메타버스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일예로, '리니지'는 25년째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어떻게 매타버스만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지요.


게임개발자나, 연구자라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가져와서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애처로운 노력입니다. 오랫도록 게임 생태계에 살아온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는 게임물로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지만, 정작 내부에는 퀴즈 등 게임요소를 가진 즐길거리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로블록스 콘텐츠들 대부분은 '미니게임'들로, 사용자들의 창작게임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3. 메타버스와 게임 분리 배경

 

우리나라에서 유독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는 이유는, 게임에 대한 제재와 비판적인 시선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 분류되면 '게임'일 때 제재받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이 짊어진 멍애를 떼놓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고 노력 하다보면, 메타버스가 점점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질 수밖에 없고, 수익모델도 빈곤해집니다. 반면에, 메타버스가 게임을 닮아가는 순간, 이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집니다. 메타버스든 게임이든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상생해야 합니다.


메타버스의 아킬레스, 즉 '부족한 이용자 경험'을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이들은 '게임인'들 입니다. 플레이어(이용자)를 누가 잘 사로잡을 수 있느냐면, 그건 바로 게임 창작자들입니다. 


그 이유는, 메타버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부터 게임연구자를 필두로한 게임계에서는 '기능성 게임(Serious)'의 연구와 개발을 열심히 해왔습니다.40년 넘게,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고, 그 결과로 '의료 게임'인 게임기반 디지털치료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엔데버Rx'는 의료 게임입니다. 의료,헬스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겁니다. 



4. 살은 메타버스, 가시는 게임?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게임 디지털치료제 엔데버Rx가 '헬스케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40년간의 기능성게임 및 게이미피케이션 연구의 성과가 순식간에 '메타버스'로 둔갑되는 순간입니다. 이름만 바뀌어졌을 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순기능'을 메타버스 치적으로 부각시키는 형국입니다. 자칫, (메타버스와 게임이 분리되면) 건강,헬스,교육 등 분야에서 40여년간 게임계에서 해온 노력이 '메타버스' 진영으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될지도모릅니다.


 "생선살은 메타버스가 가져가고, 게임은 가시만 남게 되는 격"

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게임계에서 걱정을 하는 겁니다. 순기능을 메타버스가 들고 간다면, 게임은 외려 탄압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더 더욱 게임 개발 의욕이 꺾일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게임계는 수익모델(BM)이 빈곤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메타버스와 게임이 분리되면, 생선살은 메타버스가 가져가고, 게임은 가시만 남게 되는 격


궁여지책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게임사들은 "우리는 게임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서비스합니다"라며 '비굴'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네요.



5. 메타버스와 게임 상생방안 찾아야


메타버스와 게임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안을 찾아야 합니다. 당장 불편한 몇 가지 현상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가야합니다. 억지로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아직도 사회에 만연돼 있기 때문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게임사의 메타버스 시장 진출은 '게임확장 혹은 게임융합'이라는 게임의 순기능 확산의 일환으로 보거나, 규제를 피해 사업을 시행하려는 노력”으로 봐야합니다.


게임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메타버스'와 '게임' 분리하려는 시도가 모순이라고 말합니다. 메타버스로 출시하면 괜찮고 게임으로 출시하면 규제를 받는 상황이 난처하다고 토로합니다. 메타버스와 게임 사이의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생겨난 공백입니다.


새정부에서는 게임업계, 메타버스업계 뿐 아니라 하계 연구자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골고루 수렴해서 상생방안을 찾아주길 바랍니다.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 선수들이 대거 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참에, 아예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하려 하지말고, 게임에 대한 규제를 확 완화시키는 결단을 내리면 어떨런지요?



[1] https://vop.co.kr/A000016156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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