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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ul 04. 2024

어쩌면 성인 ADHD일지도

자유가 미치는 영향

어른이 되고 나서 안 좋은 점은 책임감이 생기는 만큼, 자유도 그만큼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자유가 주어졌는데 왜 안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아이 때는 어른에 비해 책임질 일이 없는 반면, 그만큼 자유의 폭도 좁다. 보통은 책임져주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자유까지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이 때와 달리 책임지고 싶지 않아도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대신, 그만큼 자유도 많아진다.


여기서 자유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 가능 영역에서 모든 부분이 자유라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어릴 때는 먹고 싶은 음식도 부모님이 사주지 않거나 먹지 말라고 하면, 못 먹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아무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막는 사람은 없다. 설령, 막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어떻게 해서든 먹게 되는 것이 성인의 자유다.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릴 때는 부모님이 잠자는 시간을 정해주면, 그에 맞춰 자곤 한다. 늦게 잔다고 하더라도, 깨워주는 부모님이 계셨고, 완벽한 수면의 자유는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어떤가? 내가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 내일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일찍 잠들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선택을 한다. "내일의 내가 책임져 주겠지? 내일 힘들더라도 보고 싶은 것이 많으니까 다 보고 자야겠다."라는 식으로 자신에게 변명하며, 새벽 몇 시까지 깨어있다가 짧은 잠에 들기도 한다.


사실, 대단한 자유가 아님에도 성인에게 이러한 사소한 자유는 굉장히 많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런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살아보니, 사실 이런 자유가 썩 좋은 건 아니구나 싶었다. 부모님이 혹은 선생님이 제한했던 자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고,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르침이었다.

부모님이 먹지 말라는 음식들은 안 좋은 음식들이었고, 부모님이 일찍 자라고 하는 것은 내일이 덜 힘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이 모든 부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되자, 우리는 좋은 선택보다는 안 좋은 선택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만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시간대에 마음껏 먹으니, 살이 찌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수면 시간에도 자유로워지게 되자,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대신 불규칙한 생활을 마음껏 하게 되었고, 그 불규칙한 생활이 이제는 조금 재미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인지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또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더 생각했다.


"나, 어쩌면 성인 ADHD인가?"


어릴 때는 50분 수업을 하루 종일 들어도 까딱없었다. 게다가 야자 시간까지 공부한 양을 생각하면, 엄청난 끈기이고, 집중력을 가졌던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일 때문에 50분 앉아 있으면, 온몸이 아프고, 머리는 멍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리고, 어릴 때는 하기 싫은 일들도 곧잘 참았던 반면, 어른이 되고 나서 자유가 주어져서인지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면, 집중력도, 마음도 바닥 나서 제대로 못하는 상태라고 할까? 그래도, 정말 꼭 필요한 일들이라면 어떻게든 해내지만, 그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 어릴 때 없던 성인 ADHD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 성인 ADHD의 원인은 내게 주어진 방대한 자유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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