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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Sep 02. 2023

남편하고 이혼하지 않은 이유

나는야 자유부인



온 집안(시댁) 식구들이 술을 마시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으로 나는 남편과 이혼하기를 몇 번이나 다짐했고 이혼하자고 빌며 사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다. 그 지긋지긋한 남편과 10년 가까이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아무 변화가 없었다면 이혼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도망쳐 나왔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죽었다 살아난 듯 변신한 것도 아니다. 갑자기 과부가 된 것도 아니고.

나는 모든 결정에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뒤에서 정신 나간 며느리라고 욕을 하든 말든, 더 이상 술 마시고 상처 주는 시댁 손에 놀아나지 않고, 남편에게 이 문제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는 시댁에 오가는 문제로 더 이상 남편과 싸우지 않는다. 시댁과의 연결고리였던 카톡 대화방에서도 과감히 탈출했다.
아버님 어머님 전화도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남편을 통해 들을 뿐이다. 물론 우리 친정부모님께서는 처음부터 남편에게 공적이든 사적이든 전화를 일절 하지 않으신다.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었지만 나에게는 아이가 있다. 누군들 자식을 낳고 이혼이 쉽겠냐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식새끼 때문에 이혼은 어려웠다. 하지만 자식새끼 앞에서 부부가 매일 싸우고 시댁 어르신들이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자식이 보게끔 하면서 사는 것은 이혼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자식새끼를 위해 더 이상 그들 손에 놀아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을 계속해서 삶에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가끔 도리가 필요할 때면 과일 선물도 보내고 직접 만든 쿠키와 빵을 보내기도 한다. 명절, 생신 때 용돈 드리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어머니 칠순에는 여행 가시라고 200만원을 보내드렸다.

손주가 보고 싶다면 남편이 출동한다.
아주 중요한 행사가 있지 않은 이상 나는 출동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정서적인 독립을 했다.

나는 이제 자유부인이다.


(그리고 자식새끼가 성인이 된 후에는........더 위대한 독립을 꿈꾸고 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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