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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Sep 16. 2023

여우 같은 남편

남편이 고른 원피스



곧 있으면 시댁의 결혼 행사가 있다. 나는 현재 시댁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며느리로서 내가 행사에 불참한다고 대놓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참석하는 쪽으로 마음을 보이기 시작한 날부터 남편은 안도의 기쁨을 누리고 발 쭉 뻗고 주무시고 계신다.

참, 뭐라 할 사람 있긴 있다.
우리 친정 부모님.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이 참석한 사돈의 결혼식에 사위만 있고 딸이 없다면 그날로 나를 찾아와 뭐라고 뭐라고 나무라실 분이다.

그렇다고 막장까지 다 겪은 내가, 친정부모님 무서워서 참석할 배짱 없는 사람도 아니다.

어쨌든 와이프가 갈지 안 갈지 내내 불안해서 눈치만 보다, 갈 것 같은 기류의 변화를 포착한 남편은 안 하던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나는 가을 정장 한 벌 사야겠어. 자기는 살 거 없어?"
나: "어, 난 집에 있는 거 아무거나 입어도 돼."

그리하여 우리는 옷 구경을 하러 아울렛에 갔다. 남편의 가을정장 한  벌을 구입 후 여성복 코너에 갔다. 한 두벌 구경 하다 귀찮아서 집에 가자고 했다. 갑자기 어떤 화려하고 공주마마 같은 원피스 한 벌을 들더니,

"이거 딱 자기껀데?"

라고 하는 것이다.

"얼만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36만 9천 원"

"됐거든? 내가 언제 그렇게 비싼 옷 입은 적 있어? 얼른 가자"

집에 와서도 계속,

"자기가 평소에 비싼 옷 안 사니까 이번 기회에 사는 거지. 그리고 회사에 입고 다니면 되잖아~"

남편은 평소에 내가 옷을 사건 말건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자기야 내가 알아서 할게. 나 어차피 정장원피스 있어. 근데 왜 또 비싼 걸 사?"

"그 옷 진짜 자기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러지"

"사게 돼도 싼 거 살 거야"

"그럼 나 이거, 이거 어때?"

내가 고른 옷이다. 5만 원이다.

"자기야, 아까 그거 사면 안돼? 비싸다는 이유로 안 사는 거면 내가 돈 보태줄게"

웬일이야. 돈까지 보태준다고 비싼 옷을 사란다.
남편은 지금 배를 까고 심장까지 내놓은 셈이다.

평소 나의 옷차림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자기 쌈짓돈을 얼마나 아끼는 사람인데 나에게 그 피 같은 돈을 보태줄 생각까지 하다니.

어쨌든 나는 369,000원짜리 그 원피스를 살 마음이 없었다. 돈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그 옷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옷은 사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 좋게 인형처럼 꾸며서 자기 옆에 세워두려고 했던 그의 귀여운 여우짓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래도 웬일로 나에게 거금의 돈을 쓰라고 말해준 그의 진심은 고맙긴 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아래의 원피스...가 아닌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 기회에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이 귀여운 아저씨야, 나는 당신 머리 꼭대기에 있어.'


그런데 이 원피스가 369,000 주고 살 정도로 이쁜가요?ㅎㅎ(남편의 원픽)

문제의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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