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호태누각 16화

16화 정리하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

by 철용

우리는 모두 누각으로 돌아와 다시 영업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망쳐놨는지 일이 끝이 없었다. 최씨와 목공들은 밤을 새워가며 그들이 망가뜨린 시설들을 보수하였고, 곽동원은 상한 재료들을 골라내며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였다. 며칠이 지나도 달이 몇 번을 바뀌었는데도 누각이 다시 일어설 기미가 보이 지를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 왜 이리 누각이 정리가 되지를 않느냐?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나는 중기의 무덤가에 술을 뿌리며 얘기했다.

“도와다오. 중기아...도와줘..”

작업은 계속되었고, 최도령이 기쁜 표정으로 다가와 이야기했다.

“이제 망가진 시설물들은 모두 수선이 되었습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하셨습니다.”

“아니오. 내가 한 것이 없습니다. 모두 최도령의 공입니다. 감사합니다.”

“객주, 이제 이곳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이후 발생할 수선은 저기 있는 저의 제자가 해낼 것입니다.”

“최도령, 무슨 말씀이십니까? 떠나려 하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요?”

“아닙니다. 한때는 벼슬의 꿈을 버렸으나 지난번과 같은 일을 겪고 나니 벼슬에 나아가 저런 포악한 이로부터 백성들을, 이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대를 쉽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나 객주 고생하고 있을 백성들을 생각해주시지요. 반드시 벼슬에 나아가 이 나라를 이 백성을 구할 것입니다.”

“그대의 꿈과 의지가 그러할지언데 내가 어찌 막겠습니까? 보내드리겠습니다. “

“이곳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

“네... 다만 그대의 이름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

“물론이지요.. 경상도 예천 땅에서 온 최가에 이름은 무선이라고 합니다. “

“최무선이라... 이름은 꼭 기억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그날 저녁 그는 이곳 누각을 떠나서 개경으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 바다를 보며 점점 어두워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금세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날씨가 마치 이 나라와 같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리 크게 말발굽 소리가 들릴 일이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불길한 일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

“모이시오! 개경에서 왔소이다! 모이시오 “

“무슨 일입니까? 어디서..? “

“개경의 공씨 어르신께서 보냈습니다. 어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라 하시었소! “

“떠나라니? “

모두들 궁금해서 물었다. 하지만 그는 말 대신에 품에서 편지를 꺼내어 보이며

“나도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빨리 떠날 준비를 하라 하시며 이 편지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

보아라

이 편지를 보는 즉시 떠날 채비를 하거라. 나도 이곳의 일을 마무리한 후

곧 너희들에게 갈 것이니 지체 없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유인즉 지금의 왕께서 몽고로 돌아가시고, 지금의 태자가 왕이 될 것이라고 한다.

너희들도 겪었다시피 그의 성정은 몹시 포악한 이로써 왕이 된다면 너희들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재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보복을 할 것이니 이곳을 떠나 후일을

도모함이 옳을 것이다.

나의 걱정은 하지 말고 속히 준비하거라.

이 편지를 본 후 나는 온몸이 경직되는 듯하였다.

누각이 끝이라니... 이 호태누각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장기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슬펐다. 이 편지를 보자마자 아가씨는 아버지의 냉정한 판단력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재물을 속히 파악하고, 모든 이를 불러 모았다.

“이제 이 누각은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에게서 망신당한 태자가 왕이 된다고 합니다. 그가 왕이 되면 이곳 누각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니 미리 피하고자 합니다. “

모두들 수군거렸다.

“여러분들과 정이 얕지가 않으니 저 또한 헤어지기가 슬프고 힘듭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를 허비하다가 때를 놓치면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니 모두들 냉정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곳의 재물은 여러분께 공평히 나누어드릴 것이니 이곳을 떠나 생업과 삶을 이어가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흐느낌이 끊이질 않았다.

“오라버니와 언니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중기 오라버니가 있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나도 그렇다.”

“죽고 싶은 겁니까? 태자가 객주를 그냥 둘 것 같아요?”

“아니오. 나는 중기가 죽음으로 버텨낸 이곳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오.. 반드시 이곳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어디서요? 이곳에서는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두고 보시오.”

바쁘게 누각의 재물을 처분하여 모두에게 공평히 나누어주었다. 떠나는 이들 중에 눈물을 보이지 않는 이 가 없으며, 마치 부모를 잃은 듯이 크게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공씨 어르신께서는 이제 막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우리를 불러 모았다.

“이것은 내가 처분한 금이다. 이것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다시 새로운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버님.”

“어르신..”

“......”

“어찌할 것인지 계획이 섰느냐?”

“네 그렇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죽는다니까요!!”

아가씨는 평소의 냉정함을 잃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너희를 죽이고 이 호태누각을 파괴하겠다는 소리가 궁에서부터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승선 나으리의 말씀이시니 헛된 것이 아니다.”

“네 저는 이곳을.. 이 나라를 떠날 것입니다.”

“원으로 갈 것이냐?”

“네 차라리 원나라로 가서 이 호태누각을 이어갈 것입니다.”

“음 알겠다. 내가 편지를 하나 써줄 것이니 원나라 상인을 찾아가라.”

“감사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이 나이에 고향을 떠나서 어디를 가겠느냐? 나는 이곳 고려에 남을 것이다.”

“아버님께서도 화를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알고 있다. 지금 너희와 함께한다면 방해만 될 뿐이니 나는 이곳에서 너희의 안녕을 기원할 것이다.”

“어르신... 흑흑흑”

“저도 그럼 아버님 곁에 남겠습니다.”

“아니다 너도 객주를 따르거라..”

“그럴 수 없습니다.”

“역정을 내야 따르겠느냐? 객주를 따르거라.”

“아들아...”

“아.. 들...?”

“내 너를 하루라도 아들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늘 아들로서 너를 지켜보았다. 너희 심성과 꿈을 향한 간절함을 아들이라 생각했기에 이루어주고 싶었고 지켜보았다. 그러기에 가장 믿는 나의 딸을 너의 곁에 보내어 함께하게 하였으니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

나와 아가씨는 그저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너와 이 호태누각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더없이 기뻤다. 이제 나의 모든 것인 딸을 너에게 맡기니 바라건대 꼭 지켜주기를 바란다.”

“꼭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아버지라 해보겠느냐?”

“아.. 버... 지..”

말없이 흐느끼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눈물이 흐르는 소리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공씨 어르신이 정적을 깨며 말을 꺼냈다.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도록 채비해두었다. 이제 이 고려는 잊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알겠습니다.”

“그래 새로운 누각의 이름은 무엇이라 정하겠느냐?”

“이름은 이곳의 호태누각을 그대로 쓰려합니다.”

“그래 이곳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도 좋겠지 내가 너를 잘 본 것이야... 하하하하하하”

어르신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슬퍼하는 아가씨의 손을 이끌고 벽란항으로 갔다. 혹시 모를 태자의 추격을 피해 미리 가서 숨어있을 요량이었다.

아침이 되고 배에 오르려 하는데

“오라버니!”

“객주”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희선과 곽동원이 짐을 든 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우리를 두고 둘이서만 어디를 갈 생각이란 말씀이오? 가서 말이나 통하오?”

“요리는 누가 한단 말입니까?”

나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고생할 것이 뻔한데 어찌 너희와 함께 하겠느냐?”

“이곳보단 낫겠지요!”

“어서 가십시다.!”

배는 슬슬 벽란항을 떠나 먼바다로 향해 나아갔다.

멀리서 공씨 어르신의 손 흔드는 모습에 아가씨는 또다시 큰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새로운 꿈이다. 반드시 이 호태누각의 꿈을 이어갈 것이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멀어져 가는 어르신을 향해 큰 절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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