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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울 수 있도록, 위로의 품격

혼자 울 수 있도록 - 이문재 / 시와 산문, 나의 이야기

by 규아

혼자 울 수 있도록 – 이문재


혼자 울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기로 한다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로 한다


혼자 울다 그칠 수 있도록

그 사람 혼자 울다 웃을 수 있도록

나는 여기서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로 한다


혼자 울 때

억울하거나 초라해지지 않도록

때로 혼자 웃으며

교만하거나 배타적이지 않도록


저마다 혼자 울어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을 누군가

어디선가 지금 울음 그쳤을 누군가

어디에선가 이쪽 하늘을 향해 홀로 서 있을

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하여

혼자 있음이 넓고 깊어질 수 있도록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는 생각들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이

서로서로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도록




진정으로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알고 있다. 혼자 울 수 있도록 두는 것이다. 홀로 실컷 울다 보면 그치게 되고, 언젠가는 웃게도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울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 주는 생각들로, 멀리서 보고 싶어 하는 생각들로 넓고 깊어진다.


혼자 울어본 사람만이 누군가를 혼자 울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가 혼자 울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고,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고,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며 위로한다. 그 생각들이 서로에게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게 혼자 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시인은 권한다.


시인은 위로의 품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사람의 세계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할 바엔 누군가를 섣불리 위로해선 안 된다. 어설픈 동정심은 또 다른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때로는 울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혼자 실컷 울다 여유가 생길 때 즈음 조용히 옆에 앉아 주면 된다.


함께 해 준다는 게 어쩌면 이기적일 때가 있다. 도움이라는 명분으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 이들을 여럿 봤다. 사람의 깊이를 짐작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기 과시를 위해 원하지도 않는 위로를 하는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깊이가 있는 사람은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마음껏 혼자 울 수 있도록, 또 슬픔을 홀로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한 번쯤은 혼자 울며 자신을 돌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진정한 위로란 못 본 척하는 것,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 아무도 없는 것처럼 거기 있어 주는 것이다. 어떠한 위로의 말과 행동도 선을 지키며 나란히 걸어주는 동행에 앞설 수는 없을 것 같다. 혼자 있게 두는 것, 어떤 경우에는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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