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
저는 순대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순대를 먹게 되면.. 늘.... 염통을 많이 달라고 하죠.
왜냐면 그 부위 식감이 고기 씹는 거 같아서요.
구멍 뻥뻥 뚫린 허파는 식감이 징그럽고
간은 너무 퍽퍽하고.. 한 번씩 뭔가 철분.. 쇠맛이 느껴지고...
그리고... 물렁뼈 부위는 그냥 좀 불편하고...
그래서 염통과 순대.. 요렇게만 산답니다.
그리고 순대를 잘 사 먹진 않아요...
다만! 무조건 가는 집이 있는데 그 집은
대구 교동시장의 서울 순대입니다.
그 집의 순대는 좀 다릅니다. 당면 찰기보다는 뭔가 빨간 부분이 많고.... 찰기보다는 텁텁함이 강한데
전 그 맛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퍼지지 않았고요.
어묵도 생거 같은 어묵 좋아하는 주의라..
암튼....... 근데 오늘 친한 옵이.. 전화가 왔어요
"말라야~ 뭐하니~"
"내 지금 00이랑 천 원짜리 김밥 사러 왔다. 와?"
"아... 맛난 거 사줄라고 전화했는데...."
"늦었다. 와서 김밥 무라.. 어차피 열 줄 살 거다"
"그래... 음.. 그럼 오빠가 마장동 가서 순대 사 가지고 갈까?"
"음....... 말하니까 급 순대가 땡기네..근데 다른 부위 사 오지 말고
염통만 추가해서 사온나. 내 허파 못 먹는다. 간도 그닥이고"
"알았어~ 집으로 갈게~"
그렇게 해서.... 오늘의 아침은 김밥과 순대가 되었는데
먹다가 감동했어요.
완전.... 맛있더라고요
"이거 어디껀데? 와 대구에서 먹던 맛이랑 비슷하지??"
"이거 마장동에서 산거야.... 늘 가던 집인데 맛나지?"
"완전... 오빠야. 내 이거........... 한 달에 한 번은 생각날 거 같은데...
이런 맛을 알게 했으면 한 달에 한 번은 사줘야지...."
"알았어. 한 달에 한 번은 사줄게~ 말만 해~"
이렇게 인생 맛집 하나가 또 늘었네요.
방금 남은 순대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서.... 또 한 번 감동하네요.
뭐.. 남자 없음 어떻습니까
한 달에 한번 순대 사주는 옵하도 있고
한 달에 한번 커피콩 사주는 후배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밥같이 먹어주는 커플도 있고
자주 들러서 밥같이 먹어주는 후배도 있고
멀리 있어도.. 맛난 거 사 먹으라고 돈부 쳐주는 동생도 있고
연애 세포는 죽어가도...
몸무게는 계속 늘어나고
집은 점점 좁아져도
죽을 때 관은 커지겠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제목 때문에 보게 된.. 드라마
너는 나의 봄.
봄봄이 생각나서 보게 된 드라마인데
아놔.... 뭔가.... 뺏긴 기분이 드는 대사가 있네요
제 연극 대사인데... 드라마에서... 보니까.. 확 짜증이 나긴 하는데
뭐.... 그냥 혼자 저 작가가 내 연극 봤나.... 내가 원조다!!! 그 연극 2010년도에 시작했다...
하면서 스스로 위안 중입니다.
다들 좋은 밤 보내세요~
어제 전 와이프였던 그녀와 술을 한 잔 했습니다. 병호가 하루에 두 번 가서 먹은 그 돼지갈빗집에서 말입니다. 상추만 먹던 그녀가 술이 한 잔씩 들어가자 돼지갈비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변한 게 없는 그녀이지요.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돼지갈빗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돼지갈빗집 큰 유리문 안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돼지갈비를 먹고 있는 전 와이프의 모습도 있고요. 조금 먼발치에서 본 그녀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택시의 앞자리에 타면 사이드밀러 밑에 항상 이런 글귀가 보입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것이 멀게 느껴지거나, 멀리 있는 것이 가깝다고 느끼는 그 오차범위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전요, 민지와. 그리고 철용이와 병호. 그들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게 서로 간의 거리가 되든, 혹은 크기가 되든. 깊이가 되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아주 천천히 말입니다.
-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승진 방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