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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라 Jul 26. 2021

나에게 텀블러란!

일상 이야기(5)


주변에 친구들이 텀블러를 사 모은다.

어떤 친구는 여행하는 국가별로 늘 별다방 텀블러를 사 오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자신이 애정 하는 커피메이커의 시즌별 한정판 텀블러를 사 모이기도 한다.


근데 난, 사실 이 텀블러가 왜 좋은지를 모른다.

예쁜 머그잔, 예쁜 유리잔, 티포트 등이 내 눈에 들어오면 가격 생각에 살짝 뜸 들이지만

얼른 지르고 마는 내 쇼핑 습관에 텀블러는 배제되어 있었다.

내게 있어서 텀블러는 그냥 귀찮은 것이었다.

이유는 음료수 중독인 나는 어떤 음료수던지 원샷 원킬이었다.

그러니 텀블러가 필요하지 않았다.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서 빈손으로 오기 뭣해서 사 가지고 오는

별다방 텀블러.

이 텀블러가 집에 들어오면, 나는 다음 방문객에게 선물로 줘 버린다.

혹은 내 동생에게 주기 바빴다.

'돈 아깝게 왜 이런 걸 사서 선물로 주지?'

그런 내가 작년부터 보온병과 텀블러를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야 할 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담아가기 위해서였다.


커피 쿠폰도 받는 족족 동생과 딸에게 줘버리는 나이기에

밖에서 사 먹는 커피값이 아까워서 보온병에다가 커피를 내려 외출을 했는데

이게 너무 커서 문제다.

운전하다가 종이컵이나 보온병의 컵 대용으로 쓰는 뚜껑에 부어 먹기가 귀찮아서

텀블러에다가 한잔을 내려 담고 혹시나 모자랄까 봐 보온병에다가 두서너 잔을 내려 여유분으로 

가지고 다녔다.


마침 집에 텀블러 하나가 있었다.

후배가 가지고 와서 깜박하고 놓고 간 건데, 너무 먼 거리에 사는 후배인지라 일 년 넘게 만날 일이 없었다.

남의 것이라 남을 줄 수도, 혹은 버릴 수도 없어서 가지고 있었던 텀블러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게 신세계가 열렸다.


이 텀블러가 좋은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차에서 먹는 음료는 종이컵이나 일회용 테이크 아웃 잔이다 보니 결로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데

작업실에 일할 때 먹는 유리컵에는 항상 휴지를 받쳐야 한다는 것. 어쩌다 보면 

옆에 있던 담배가 젖는 일도 빈번하고 작업을 좀 하다 보면 얼음이 다 녹아서 맛이 없어지고, 작업이 안되어서 얼음을 꺼내 깨 먹으면 금방 미지근해지고 하던 것들이 

다 해결이 되었다. 텀블로 하나로!


친구들이 그토록 사 모을 때도 속으로 욕을 하고, 누군가 내게 선물로 사 오면 속으로 욕을 하던 내가

텀블러가 좋다는 걸 알아버리고 난 후, 텀블러를 사기 위해 쇼핑 사이트를 뒤적거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돈이 비싸더라는 것.


그때 알았다.

있을 때는 다 이유가 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저거 왜 쓰지? 하며 나와 다른 남을 이해 못한 부분이 꽤 많았는데

돌이켜 돌아보니 내게는 텀블러 같은 것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자신의 인생 드라마라고 했을 때

헐~ 하면서 시즌1을 몰아보기 하였는데, 솔직히 다 보고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며칠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본방을 본 나는 나라 잃은 듯이 통곡을 했다.

아~ 이래서 누군가에게는 이게 인생 드라마였구나.

내가 싫어하는 맛집을 누군가는 인생 맛집이라고 할 때,

마치 그걸 분석하며 내가 싫은 이유를 조목조목 말하는 것이

꽤 유식한 척, 혹은 나는 너와 달라, 내 이야기는 맞고 합리적인 사고야! 라며

강요하듯 했던 내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물론, 그냥 그게 내 솔직한 감정이고 느낌이라 말한 것뿐인 것도 있지만

뭔가 남과 다름이 대단한 것인 양. 대단한 변별력인 양 했던 감정이 1도 없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난 그게 그래서 싫어 보다는

난 이게 이래서 좋아 라며 유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텀블러 하나로 많은 것을 배웠다.

암튼 텀블러 사야겠어!!!!

뭐 결론은 내 쇼핑이 합리적 소비라는 핑계를 이리 길게 말한 거라는 거!


그대에게도 나의 텀블러 같은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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