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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를 마무리하며

비행기 타는 날

by 포테토칩 Mar 05. 2025

*본 내용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짐 싸기만 마무리하면 다 된 것일 줄 알았는데, 출국 일주일 전부터 전날까지, 제일 바빴습니다. 찜질방, 가족 회동, 회도 먹고, 방탈출도 가야 했고, 그리고 다시 한번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당분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합쳐져 편지를 받았을 땐 울컥하기도 했지만, 인터넷과 메신저가 있는 세상이니 자주 연락하면 그럭저럭 괜찮아지겠죠.


이제 일정은 공항에 가는 것밖에 남지 않았지만,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분명히 11월 초에는 이런 날씨였는데…분명히 11월 초에는 이런 날씨였는데…

지난 2024년 11월 겨울은 춥긴 했지만 눈이 내릴 정도까진 아니었던 포근한 날씨를 이어갔습니다. 세상에 수능날 패딩을 안 입어도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출국일 2-3일 전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함박눈이 내렸던 밤에는 밤새 창밖을 보면서 설렘보다 걱정에 마음을 졸였는데, 아침이 밝으니 눈이 빠르게 녹기 시작해, ‘비행기는 뜨겠군’ 하고 안심했었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니 얼었던 눈이 얼면서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리고, 빙판에 폭설로 그날 하루동안의 비행기가 무더기로 결항이 되더군요. 당장 다음날 점심에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걱정이 다시 시작했습니다. 폭설이 멈추고 결빙이 풀려 하늘길이 열린다고 해도, 전날 출항하지 못한 비행 편들도 있으니 당연히 지연되겠죠. 취소하거나 날짜를 바꿔볼까 했지만 일정이 꼬이는 것도 싫지만, 일등석을 구매한 덕분에 환불 수수료가 많이 높아(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항공사에서 취소하지 않는 이상 전액 환불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밤새 날씨가 좋아지려나 끙끙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다행히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밤사이 눈이 많이 내리길래 운행이 취소되었을까 생각했는데, 새벽에 비행기들이 뜨기 시작했고, 1시간 정도 지연된다는 연락이 왔을 뿐입니다. 이런 날엔 운전해서 공항을 가는 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으니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동하면서도 계속 발표되는 결항과 지연 소식에 전광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공항에 도착해서는 배중 온 가족들과 함께 버거킹에서 먹는 둥 마는 둥 같이 마지막 식사를 마쳤습니다. 비행기 결항 및 지연으로 공항 내 대기인원이 많아, 공항 내 밥집이나 커피숍이 사람으로 꽉 차있어서 버거킹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커피와 갓 튀긴 감자튀김이 맛나긴 하더군요.


그렇게 기다리다가, 화물 게이트가 열렸다는 연락이 와서, 서둘러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 게이트로 들어갔습니다. 이 전까지는 그렇게 실감이 안 났는데, 동생과 부모님이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니까 저도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헤어짐의 아쉬움, 앞으로 많이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한 서운함, 멀어짐에 대한 슬픔. 그러면서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이민을 생각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편의와 시민으로서의 직무, 권리 모두 없어질 수 있다는 것 이니까요. 정말 외국에 툭,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제, 남은 제 몸만 비행기에 실으면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언제나 내 편일 수 있는, 중간에 돌아온다고 해도 반갑게 맞이해 줄 사람들을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러 갔습니다. 평소엔 별 생각도 없던 출국심사길이 너무 짧고, 또 아쉬웠지만, 라운지에서 동행하는 친구를 만난 뒤에는 눈물도 안 났습니다.


단지, 빨리 독일에 도착하고 싶은 생각뿐이었거든요.

이제 독일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독일입니다독일입니다

*휴식기 후 5월 독일 생활기, '독일에서 살아봤어야 할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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