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륙의 이름, 너와나

2025년 9월 5일의 마음

by 슴도치



우리는 요즘 대화를

많이 한다.

내가 말하면

너는 듣고

네가 말하면

내가 듣는다.


듣는다는 상대가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가.


나는 혼잣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이면

아무 내용도

들리지 않는다.

너는 겁 많은 사슴

같다.

할 말만

얼른 하고

수풀로 가

몸을 숨긴다.


나는 그 모습이

얄미웁고

어여쁘고

안쓰럽다.


우리에게 대화는

으르렁 거리고

경멸하고

멸시하며

비겁하다고

어리석다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거짓말하고

은폐하고

음모를 꾸미고

기만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서툴지만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중간에

다시 공격적이고

원색적이 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그만두고

가까스로 제 방향으로

돌아온다.


마치 이제 막

신대륙에 도착한

탐험가들처럼.


언어도 음식도

문화도

감정의 기후도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우습게도

서로 손을 잡고

서로가 서로를

탐험한다.


용기를 내서

양쪽 대륙을

오간다.


서툴지만

목적지로 향해간다.


사실 아직 목적지가

어딘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멀다는 예감이 든다.


아니


목적지라는 곳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실


너와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이미

여정이자, 목적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 순간

떠나고 도착하고

다시 출발하고 있는 걸까.


수풀 속에 숨은 사슴이

내 쪽을 쳐다본다.

나는 나침반을 확인하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수풀을 향해

말한다.


이제, 그만 갈까?


나는 네가

내게 오는 모습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


한쪽이 너무 빠르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이

동행이라고 믿는다.


기어코 네 손을

잡는다.

그 손은 차갑고

떨리고 힘없는

작은 손이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다시 따뜻하고

부드러운

내가 알고 있는

손이 될 것이다.


완전히 반대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끝까지 기다려주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출발한다.

새 아침이고

새로운 탐험의 시작이다.


가자.

우리에게서

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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