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방구를 끼고 달아나는 아이의 장난 섞인 냄새가 오늘 하루 뭘 먹었길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나만 아는 아이의 모습이 구수한 날이 있다. 각자 사연없는 임신이 없다고, 10달을 품기 전 내 안에 들어오는 아이의 꿈은 엄마라면 뻥 잔뜩 섞인 무용담도 달콤하다.
내 아이가 우주가 되는 순간을 기억하는가.
아이 하나를 계류성 유산으로 읽고 난 후, 한동안 침울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아이를 뱃속에 품게 되었을 때 꾼 나의 꿈. 당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던 나는 꿈에서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둘러쌓여 박수 갈채를 받고 있었다. 귀신에 홀린 듯 낮잠에서 꺤 나는 화장실로 곧장 들어가 확인해 보니, 지금의 아들을 뱃속에 담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나는 그 날을 아마도 영원처럼 기억할 것 같다.
그렇게 내 안에 가득 들어온 너를, 하나 가득 나만 품고 싶은데, 둘도 아닌 셋도 아닌 그 여러명의 사람들에게.
내 안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처럼 짜릿하고 후회되는 일이 있을까.
반짝하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 말고, 말하면서도 남들이 날 알면 얼마나 수근덕거릴까하는 이야기는 곱게 접어 넣어놓는게 맞을까 아니면 당당함을 가장한 꼬릿함으로 펼쳐 놓는게 맞을까.
아이가 아프다는 말도, 나도 곧 함께 아플 것 같다는 말도.
둘 다 단 하루도 약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는 말도.
미국이라는 곳에 둘만 덩그러니 남은 섬처럼 동동 떠다니며 하루를 세는 날도.
단 하루도 그냥 건너가는 날이 없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과연 나에게 허락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그리고 이렇게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는 허공에 외치는 공허한 말도.
몇가지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내 속의 망알련들을 끄집어 내야만 하는 상황은 참 반갑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멍석에 펴 놓아야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벌거벗긴 채로 사람들의 심판을 기다린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나를 아무도 몰라보도록 둘둘 싸는 포장지안에 질소공기를 채워넣는데 장인이다.
아무튼 내 안의 이야기는 보지 못하게 꽁꽁 싸매고 티끌하나 없이 태생이 꽃길처럼 치장하는데 따라올자 없다는 뜻이다.
덕분에 나를 진짜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어차피 홀로서야 하는 인생이라면 괴로움보다는 외로움을 택하는 쪽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내 옆에서 포장지처럼 자라던 아이는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었고, 항상 밝은 곳에 서고 싶어했었다.
매분 단위로 쪼개 살았던 어느 때인가 아이가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때 윽박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내 입맛대로 아이를 자르고 붙이며 저 모습이 원래 네 모습이라 단정짓던 모습이 무서웠다.
아이의 한숨을 들었다.
친구들과 놀고 싶었을테고, 아시아인이 단 한명도 없는 전교생 가운데에서 뭔가 하나라도 잘해서 뽐내고 싶었을 거다. 학교 행사마다는 아니어도,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엄마가 왔으면 했을거고, 본인이 잘해 받은 상을 선생님에게 칭잔받기 전에 엄마에게서 칭찬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편한대로 아이의 거미줄을 모조리 갉아먹고 있었다.
손을 뻗어 '챙'하고 나오는 거미줄로 여기에도 관심을 저기에는 애정을 주고 싶었던 아이에게, 나는 무얼 믿고 너는 나만 봐야 한다고 그 작은 어깨를 뒤흔들며 내 무거운 머리를 기대고 있었을까.
어른은 단지 연수를 채웠다고 어른인 줄 안다.
사실 본인도 자신이 없으면서, 그렇게 방구 소리가 크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가는 지도 모르면서 태연히 버티는 척하고 살아낸다 큰소리 친다.
그렇게 아이도 어른이 된다.
그렇게 큰 어른은 다시 아이를 마음에 품고 산다.
사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은 이미 모호했다.
내 안에 들어온 아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 손 들고 태어난 이 하나 없다.
다만 어른의 욕심으로 세상에 나왔을 뿐. 그 뿐이다.
그렇게 부모란 허울좋은 종이허수아비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 호기심 많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도움을 청한다.
손을 내민다라는 것은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니다.
내민 손을 상대방이 잡도록 다가가는 것이다.
꼭 대가를 치루어 줘야 할 필요도 없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 뿐.
그 단순한 것임을
그래서 뜨거운 밤 사이에서도 그저 달빛에만 의존해도 걸어 갈 수 있음을 그리고 숨쉬는 법을 아이를 통해 알아낸다.
이제는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지...'라는 말에 속지 않는다.
살아가다 그런 날이 나를 주저앉힐 것 같은 날이면, 소리 소리를 하늘이 다 듣도록 지른다.
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