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이 풀풀 나는 낯선 길. 나는 본능적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길을 첫 발걸음으로 사용했다. 아주 찬 날씨에도 새들의 지저귐이 잘 들려왔다. 식당 앞엔 금방 도착하였고, 실내를 훔쳐보니 잘 정돈된 식탁과 의자와 빨랫줄에 널어진 행주 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속으로 작은 인사를 건네어보고 다시금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를 넘어 10분 정도를 더 걸었을 때 조금 멀리 비닐하우스가 여럿 보였다. 너무나도 시골스러운 풍경에 나는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했다. 보이는 것보다 먼 곳에 위치해 있던 비닐하우스 앞에 20여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세 줄이 나란히 있었고, 네 줄 다섯 줄 짜리도 곳곳에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맨 앞에 있던 세 줄짜리의 비닐하우스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비닐하우스 안에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 형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그런 상황이었지만 여행이라는 특수성에 힘입어 한참을 더 들여다보았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저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지, 나와 같은 생각도 하는지 다른 점 투성인지 등등. 자꾸만 생각을 키워 나갔다. 저 아래로 내려가 볼까 하면서 말이다. 그 뒤로 발걸음을 한 발자국 내디뎠다가 다시 거두었다가,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렸다가. 저 멀리 보이는 이름 모를 산과 산을 품은 하늘을 들여다보던 중 콧물 하나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추위가 느끼기 시작했다. 흘러내린 콧물이 자리를 뜨기에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바스락- 소리를 내며 인기척이 들렸고 이내 나는 고개를 인기척을 향해 돌렸다. 그곳엔 자외선을 여한 없이 받은 것 같은 구릿빛 피부와 주근깨를 가진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서 있었다. 머리는 바싹 깎아 짧았으며, 눈은 날카로웠지만 이상하게 순함이 느껴졌다. 콧날은 꽤나 날이 서 있고 적당한 두께에 입술은 가로의 길이가 좀 있어 보였다.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함과 동시에 우린 눈이 마주쳤고, 나는 무슨 변명을 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인사를 건네 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아, 저는 그… 여행객입니다.”
“이곳에 여행을 오셨다고요?”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상황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필요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 상황을 설명한들 이해를 할 수 없거니와 사실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네. 이곳에 ‘여행’ 왔습니다. 어제 도착했고요. 오늘은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아, 예.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저기, 혹시 이 비닐하우스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 딸기 합니다.”
“딸기요? 딸기 농장 같은 그런 건가요?”
“예. 과일 딸기요.”
“혹시 혼자 운영하세요?”
“… 예. 제가 좀 바빠 서요.”
그 남자는 바쁘다고 하더니, 아주‘천천히’ 옆에 있던 다른 비닐하우스 입구를 열고 들어갔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기분이 좀 상했다. 또래로 보였던 그가 이상하리 만큼 반가웠기 때문일까? 나는 그의 뒷모습에 무언의 한마디를 던지고 젊은 부부의 가게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