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갔다. 경희대 근처 거리를 무작정 걸어 다녔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전단지가 붙여진 커피숍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아르바이트 구하시는 거죠?”
“몇 살이니?”
“며칠 전에 수능 봤는데요.”
여자 사장님이 내 머리를 시작으로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본다.
“너 너무 어리다. 화장 좀 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
가뜩이나 얼굴에 자신이 없던 나는 그 말이 ‘넌 못생겨서 안 되겠다’로 들렸다.
가게에서 나와 다시 거리를 걸었다. 전단지가 붙여진 가게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다 쇼윈도에 비치는 나를 봤다. 뭔가를 해야 했다. 가까운 미용실로 들어갔다.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사는 부지점장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를 어떻게 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어려 보이지 않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등학생이라는 내 말을 듣고 자신도 지방에 동생이 있다며, 자신을 언니처럼 편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혹시……, 여기서 화장도 할 수 있나요?”
“화장? 왜?”
“저기 아래 ‘팡세’에 아르바이트 구하러 갔는데……, 화장을 하라고 해서요.”
“그랬구나. 머리하고 나서 화장해줄게.”
“화장하는데 얼마……예요?”
“돈은 무슨. 그냥 해줄게.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 나 여기 처음 출근할 때 원장님이 물어보지도 않고 내 머리 잘랐거든. 그때 집에 가서 엄청 울었는데…….”
눈썹이 다듬어지고 속눈썹엔 마스카라가 칠해졌다. 거울에 붉은빛의 립스틱을 바른 낯선 내 얼굴이 보였다. 화장을 하고 카페를 다시 찾아갔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오늘 꼭 구해야 해!’
나를 본 사장님은 놀란 얼굴로 내일부터 나오라고 말했다. 나는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미는 동시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