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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움

by 강아지똥

나는 나의 사랑스러움을 스스로는 알아내지 못하는 인간이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니. 내가 나의 사랑스러움을 인지할 때는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순간뿐이다. 솔직해지자. 나에게 사랑스럽다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저 웃으며 나를 바라봐 주는 너의 얼굴을 볼 때, 내 이야기에 집중한 채 내 눈을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볼 때, 나는 내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랑스러움을 가장 자주 확인했던 건 너 때문이다. 너는 대부분 너의 이야기를 했지만, 가끔은 입을 꾹 닫은 채 나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들어주었다. 네가 보낸 편지에서 넌 울고 웃고, 사랑을 이야기했다. 나는 너의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너를 따라 네 옆에서 웃었고 울었다.


좁은 화장실 변기에 넌 힘없이 앉아 있었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옆으로 앉아 있었다. 너의 한쪽 팔과 손은 바닥에 닿을 듯이 아래를 향해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변기 위쪽 뚜껑이 열려있었고, 너의 다른 한쪽 팔과 손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물은 온통 빨간색으로 변해있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너를 꺼내지 못했다. 멍하게 서 있는 나를 밀치고 누군가가 너를 들어 업고 가게를 나갔다. 난 앞치마도 벗지 못한 채 종로 바닥을 뛰어다녔다. 약국으로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약사는 얼른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 너를 내려놓고, 떨리는 목소리로 너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침착한 목소리의 너의 어머니는 절대 입원은 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우리를 도와준 남자들은 연락처를 남기고 떠나갔다. 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절대로 정신과 진료기록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응급조치를 끝낸 너를 데리고 가버리셨다. 그렇게 너는 가고 나는 가게로 돌아왔다. 나를 찾아와 손목을 그었던 너를 보며, 나는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더는 내가 사랑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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