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은 더웠다. 이불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작은 나는 더 작아지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귀를 곤두세우고 들려오는 소리를 하나씩 파악해나간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드디어 나는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는다.
입을 움직일 때마다 혀끝에 엄지손톱이 닿았다. 나는 혀를 동그랗게 말아 손톱 아래, 살들을 빨았다. 빨면서 생긴 침을 꿀꺽 삼키고, 빨고 또 빨고, 삼킨다. 삼키지 못한 침은 입 주위를 축축하게 적셨다. 나는 혀로 변해서 빨기에 집중한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입 안이 얼얼해지자 나는 빨기를 멈추고 엄지손가락을 가만히 입에 물었다. 갑자기 이불이 걷힌다. 엄마가 등짝을 내리치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서서히 웅크렸던 몸을 펴고 엄마를 봤다. 엄마의 눈동자가 무섭게 흔들려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오른손을 등 뒤로 숨겼다.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 사이로 숨겼다.
엄마 앞에 손을 내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손이 굳어버렸다. 엄마는 기어이 내 손을 가져오고, 기어이 엄지손가락을 꺼냈다. 엄마는 내 엄지손가락에 빨간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빨간 약 때문인지 엄지손가락이 더는 자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