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바닥은 미끄러웠다. 사우나까지 가는 길에 미끄러질까 봐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사우나 문 앞을 서성거렸다. 아줌마들이 들어가고 나온다. 그 틈을 타 고개를 쭈-욱 빼고 안을 들여다본다. 엄마는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사우나 구석에 앉아 있었다. 엄마를 부르지 못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엄마의 말대로 물에도 들어가 있었고, 나왔고, 때도 밀었는데, 엄마가 오지 않는다.
옆에 있는 목욕 바구니가 나를 부른다. 목욕 바구니를 뒤집어 바구니 속 물건들을 세숫대야 안에 쏟는다. 바구니를 깨끗이 씻은 후, 물기가 닫지 않는 높은 곳에 올려둔다. 자리에 앉아 세숫대야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 ‘샴푸야. 안녕. 내가 널 깨끗하게 해줄게.’ 거품을 내서 샴푸 통을 꼼꼼하게 씻긴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으니까 더욱 정성을 들인다. ‘뽀드득’ 소리가 나게 씻은 아이들은 바구니 속으로 살며시 넣어준다.
다시 일어선다. 사우나 앞까지 천천히 걸어간 후 이번엔 문을 열어본다. 뜨겁다고, 못 들어온다며, 얼른 문을 닫으라는 아줌마들 사이로,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얼굴에서 수건을 떼고 나를 본다. “들어와. 괜찮아.” 엄마는 말을 마치고 다시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조심스럽게 사우나 안으로 들어간다. 뜨거운 열기는 참아냈으나 엄마가 있는 곳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문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아줌마들이 한 마디씩 했다. 엄마가 일어나 내 옆으로 온다. “힘들면 나가 있어. 엄마 조금 더 있을 거니까.”
사우나에서 나와 탕으로 들어간다. 사우나 문이 보이는 방향에 앉아 문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린다. 드디어 엄마가 나왔다. 엄마를 따라 자리로 간다. “내가 등 밀어줄게. 엄마” 엄마의 등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민다. 밀면서 혹시나 아프지는 않은지 계속 묻는다. 그래도 아플까 싶어 때 타올 끝에 비누를 살짝 묻힌다.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 가슴까지, 뒷목을 지나 앞 목까지, 옆구리를 지나 배까지, 허리를 지나 엉덩이 끝까지 손을 움직인다. 때론 일어나서 밀기도 한다. 보글보글 거품을 잘 내서 비누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가운 물을 부어 마무리한다.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엄마는 시원하다고 말하며 다시 사우나로 들어간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내가 계속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는 하는 걸까?’ 나는 얼른 목소리를 지우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