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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Mar 20. 2024

올케와 안 만난 지 십 년

- 잘못된 걸까요

동생 내외는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갑니다. 동생은 직장을 다니고, 올케는 전업주부입니다.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 키우고 집안 살림하느라 하루가 몹시 바쁘리라 예상할 뿐입니다. 가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가리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아르바이트라고 합니다. 안 본 지 오래되었을 뿐, 전화통화는 가끔, 아주 가끔 합니다. 


저희 가족이 이상한 걸까요? 남편은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가족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모든 걸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주의인지라, 자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인지라, 남편에게 저희 가족은 이상할 뿐입니다. 그럴 거면 왜 결혼을 했냐고 반문을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답하지요. "매일 본다고 진짜 가족일까?"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자주 안 보고 산 건 아닙니다. 동생 내외가 신혼 초에는 한 달에 한번, 많으면 두어 번 정도 저희 집에 와서 하루 이틀 자고 가기도 했습니다. 알콩달콩 두 신혼부부 내외가 맛있는 음식 해 먹으면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게 사는 거지 싶기도 했습니다. 처지나 상황이 비슷하니 자주 만났던 걸까요.


자주 안 보게 된 계기라면 아마도 막냇동생이 저희 집에서 크게 소란을 불러일으킨 후부터 차차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고 그냥 자연스레 먹고살다 보니 보기 힘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을 뿐 심리적인 거리는 저는 절대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보편적으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분들이 많아 사실 저는 이런 얘기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습니다. 집안의 사정이나 문화에 따라 지내는 방식이 다를 뿐 그게 흉이 될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일반화된 상식적인 집안 분위기가 아니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해서, 물어도 잘 지낸다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그런데 가까운 사이에서 더 속상하게 만드는 법인가 봅니다. 남편이야 그렇다 치고,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저희 집안 분위기를 탓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올케네 며느리가 그렇게 문제라면서, 사돈 어르신 속 상하시겠네. 그게 다 아이들 교육인데.'라고 아이 고모가 말하는데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졸지에 올케가 집안에 문제 며느리로 등극해 있더라고요. 


 



올케는 사교성이 좋거나 밝고 명랑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입니다. 가식이나 허례허식은 싫어하고 알차면서도 차분하게 살길 희망하는 사람이죠. 그런 그녀가 저희 집에 시집와서 맏며느리로서 처음에는 살갑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우선순위가 생기는데 그게 아이들일 테고 자기 가족이었을 겁니다. 그걸 하면서 우리들까지 다 신경 쓰라는 건 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희 시댁에서는 응당 책무라고 여겼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또 저를 향한 얘기기도 했겠지요. 저는 형님에게 올케 아이들 키우고 살림에, 몫은 한다고 하고 말았지만 씁쓸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아이들과 씨름하는데, 모처럼 생긴 연휴에 시댁식구를 만나 또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저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아이들 다 크고 나서 좀 여유가 생기면 그때 만나 차 한잔해도 되는 일을 굳이 지금 만나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줘야 할까요. 그래서 오지 않아도 오라고 강요하진 않았던 게 10년이 되었던 겁니다. 


이야기를 쓰다 보니 제가 어떤 며느리인지도 돌아보게 되네요. 저도 그런 기준에서 보면 참 많이 부족한 며느리입니다. 시댁과 걸어서 3분 거리에 살정도로 가깝지만 시댁을 방문하는 일이 잦지는 않으니깐요. 

남편은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어머님을 잠깐이라도 뵙고 오지만 저는 아주 가끔 들러 냉장고 청소나 어머니 드실 반찬거리 등을 넣어놓고 오는 정도입니다. 형님은 제게 더 자주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일언지하에 거부한 꼴이 되었지만 전 뭐 형님도 누군가의 며느리고 크게 기분 상해하실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봅니다. 


힘 빼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인생.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서로를 얽매는 삶, 얼마나 힘든 삶일까요. 그저 물 흐르듯 나는 나의 삶을, 다른 가족은 자신의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마음이 끌리면 만나기도 하고 또 그 사이 이런저런 변화들에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해주면 되는 일이지, 일 년에 몇 번을 만난다, 얼마나 자주 본다가 정말 중요한 가족간의 사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닐 겁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가족들도 있지만 자주 안 봐도 깊은 가족도 있는 법이니깐요. 

그저 만나면 그저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하느라 고생 많아.'라는 말 한마디면 족할 거라 봅니다. 아니면 문자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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