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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Jun 02. 2024

계회의 지배자, J형 인간ㆍ불혹


MBTI에서 ‘J’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나 역시 이 J형의 일원으로서, 나의 계획은 늘 철저하고, 스케줄 또한 일주일 전에 미리 정리해 놓을 정도로 완벽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이 때때로 강박으로 변할 때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7시 15분까지 스트레칭을 하고, 7시 30분에 세안, 7시 45분 식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으면 마치 모든 일정이 꼬여버릴 것만 같은 강박이 밀려온다.


그런데 이런 강박이 폭풍처럼 지나고 나면, 내 자신의 강박적인 계획이 얼마나 유연성이 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실제로 5분 정도는 늦게 일어났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계획형의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일과를 조금이라도 늦게 시작하는 날이면 “오늘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렸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질책한다.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이 밀려오기에 나 스스로를 ’계획의 노에‘라고 부르며 나 자신을 향해 웃고는 한다. 이러한 계획적 하루가 나의 일상을 지배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심각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너무 심각해져 버리면 나의 소중한 일과가 그런 강박 때문에 오히려 계획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도 완벽한 하루의 계획이 무참히 박살 나는 날도 있다. 가끔 지인들과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 완벽한 계획적 하루가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 하루의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시원한 얼음과 함께 퍼지는 커피 향을 맡게 되면 자제력을 잃고 말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럴 때의 나를 보면, 완벽의 계획형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갈망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럴 때는 ‘나는 내가 그렇게 철저한 사람인가?’라고 자문하며 코웃음 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어차피 완벽한 계획형 인간이 될 수 없다면 불완전 완벽형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약간의 일탈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일상의 계획을 조금 더 유연하게 다루려 노력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즐거움 덕분이다. 친구들과 웃으며 보내는 시간,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영화 관란, 갑작스럽게 떠나는 친구들과 드라이브등이 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 모든 것들은 계획된 일정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들이다.


이렇게 내 자신의 계획 강박에도 빈틈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만 하지 않고, 더욱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일상을 관리하려 노력한다. 계획의 틀 안에서도 조금의 유연성을 허용하며, 때로는 계획을 어기는 것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지도 경험하게 된다. 나의 MBT J의 강박도, 결국은 나를 더 발전시키고 삶을 더 즐겁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계획을 세우되, 그 계획에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계획은 있되 유연하게!”가 나의 새로운 모토가 되었다. 이 모토는 나를 더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삶으로 이끈다. 내 주변 사람들도 나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나와의 시간을 더 즐기게 된다. 아직 여전히 강박적인 계획성이 나의 일상을 지배하긴 하지만, 이제는 그 계획을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때로는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이 균형은 나를 더 유연하고 적응력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며, 계획의 깊은 물에서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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