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5.7-7

by 하린

그럼 조금 더 분노를 표출해 보자. 아니 악을 써보자. 최대한 이기적으로 칼춤을 춰보자. 우울의 구덩이에 처박혀 있다가 억지로 기어 나와 모든 일을 훌륭히 처리한 뒤 다시 기어들어가기를 반복했던 그날들의 밥상을 엎어버리자.


왜 당신은 지속적으로 나를 비난하고 깎아내리기를 수십 년 동안 반복했는가. 자격지심이었나? 내가 당신의 소유물이었나? 당신은 나조차 나를 가치 없고 능력 없는 인간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혼자 서는 일과 사회에 발 내딛는 일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도 끝까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내 자존심을 바닥에 던져 발끝으로 뭉개버렸다.


왜 직업도 없는 당신은 365일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응당 해야 할 일들을 죄다 피해 갔는가. 심지어 그 일은 전생에 빚을 진 내가 하는 것이 하늘의 이름으로 정당하다는 개소리를 면전에 대고 당당하게 뱉어냈는가. 왜 자신이 아쉬울 때만 나를 찾아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뽑아먹고 고마운 줄도 미안한 줄도 몰랐는가.


왜 당신은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의 효도를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으며 강요했는가. 한 번도 정서적으로 소통하거나 의지해본 적이 없는 부모에게 의무감과 측은지심으로 버티며 자식의 도리라고 규정된 모든 것들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나가떨어진 사람에게 왜 더 잘하지 못했냐는 비난을 퍼붓는 패악질을 했는가.


당신들은 이기적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이다. 자신의 어려움이 가장 심각하다는 오만한 착각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리고 주변을 착취한다. 그 어려움을 전가하는 행위를 통해서.


그 모든 당신들로 인해 내 삶은 피폐해졌다. 지금 겪고 있는 극심한 생활고는 전부 당신들이 만들어낸 나의 조건과 정서의 결과물이다. 나는 준비할 기회를 잃었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뛰어든 바다에서 짠물을 잔뜩 마셔가며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야 이 비참한 몸부림의 근원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상하겠는가? 귀신이라도 되어서 찾아가고 싶지만 이미 죽음이란 그렇게 단순한 프로세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저 저주할 뿐이다. 당신들이 하는 모든 일이 쓰레기 더미에 처박히기만을 바란다. 내가 처박혀있는 더미보다 1미터라도 더 깊고 더러운 그 자리에 당신들의 몸과 마음이 영원히 머물기를 바란다. 물론 현실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당신들과 시퍼렇게 단절을 고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또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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