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5.7-9

by 하린

하지만 거기까지는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종류의 일들이었다. 정작 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건 사업 실패로 누적된 빚이었다. 내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어깨에 올려둔 채 일어날 수 없는 바벨. 그렇게 나를 짓누르지만 내려놓을 힘조차 허락하지 않는 그 무게.


첫 번째 사업에서는 그나마 통장에 넉넉하게 있었던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두 번째 사업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생활 자체가 되지 않아 여기저기 금융권을 두드려보고 대출 승인이 나면 비로소 숨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뒤늦게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많은 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뒤에도 다른 대출로 돌려 막지 않고서는 추심이나 압류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상상하며 심장이 조여들어오는 스트레스를 매일같이 감수해야 했다. 나는 결국 사업을 내려놓았고 지체 없이 신용회복위원회로 향했다. 신속채무조정. 그 메뉴가 나에게 적절해 보였다. 이자를 어느 정도 감면해 주고 상환기간을 10년 정도로 늘려주는 방법. 열심히 살면 그 정도로도 빚을 갚아나가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할까? 나에게는 직접 개발한 레시피도 있었고 발명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모두 현실화시키기에는 리스크와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구직활동 지원금을 받으며 채무가 조정될 때까지 6개월을 보냈다.


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가운데 떠올려낸 업종이 인테리어 쪽의 일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관리자가 아니라 필드에서 뛰는 일이라면 창업자금도 거의 들지 않아 보였다. 일단 서울시 집수리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인테리어에 관련된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바로 필드로 나갔다. 전등을 달아주는 일. 우여곡절을 겪으며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앞서 말했던 플랫폼의 횡포를 마주하게 되었다. 요청한 이들에게 견적을 보낼 때마다 플랫폼에 돈을 내야 하는 시스템.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가짜 요청서도 많이 올라오니 주의해야 한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이 귀에 와닿았다. 가짜 요청을? 누가? 왜? 말은 아끼겠으나 답은 뻔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수상한 요청서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제야 보였다. 요청의 내용이 너무나 모호하거나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이용 횟수가 많거나 심지어 전기적으로 말도 안 되는 증상을 상상으로 지어내 서술한 경우까지. 그제야 알았다. 견적을 보냈을 때 간편 답변(직접 쓰지 않고 이미 마련된 질문을 클릭만 한번 해서 보내는 답변)으로 회신한 사람 들 중 차후 연락이 되는 경우가 왜 단 한 번도 없었는지. 구체적인 요청서를 보낸 사람과 매칭되는 속도나 확률을 생각하면 내가 보냈던 모든 견적에 대한 회신율도 그에 어느 정도 비례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던 이유를.


빚을 갚아나갈 수 있겠다던 나의 희망은 다시 한번 좌절되었다. 세상은 절대 내가 한 만큼의 대가를 주지 않는 곳인 것 같았다. 아침에는 미화원으로 일하고 오후에는 등을 다는 일을 하는 시나리오가 지금 내 상황에서 유일하게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빚을 갚기에는 여전히 빠듯했다. 수입이 불안정하니 항상 이번 달 변제가 가능할지를 떨리는 가슴으로 가늠하며 지내야 할 것 같았다. 허리띠는 언제나 조여 맨 상태여야 할 것 같았다.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는 상태로 내가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싶은가. 나는 죽음과 파산 신청의 기로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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