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by Lydia young

2025.1.2.-9주 차 1일.

큰 딸이 임신 8주 차가 되면서 입덧이 시작되었습니다.

냄새에 민감해지고 속이 안 좋아 통 못 먹겠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큰 아이 가졌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아이를 임신하고 파인애플을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딸에게도 권했습니다.

다행히 입맛에 맞아 사위가 파인애플을 사 나르느라 바빴는데 그다음은 키위, 그리고 딸이 평소엔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고 있다고 합니다.

입에 맞는 음식 사 나르랴, 냄새 때문에 못 먹어서 힘들어하는 아내 대신 집안 살림하랴 너무 바쁜 사위가 안쓰럽습니다.

자녀를 결혼시킨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예비 아빠들의 활약상이 대단합니다.


내가 큰아이를 가졌을 때는 시부모님 댁 1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입덧으로 파인애플과 맛동산이 입에 맞았습니다.

매번 2층까지 오르내리기 힘들어 1층 우리 방에 있는 장식장 안쪽에 넣어놓고 먹었습니다.

어느 날 형님 댁 조카들이 놀러 와 우리 방에서 놀다가 장식장 안에 넣어둔 파인애플과 맛동산을 찾아내곤 "작은엄마, 이게 뭐예요?" 하는 거였습니다. 민망함에 "응..... 너희 먹어" 했던 일, 짜장면이 먹고 싶어 남편이 냄비를 들고 집 앞 중국집에 가서 짜장을 사 왔던 일도 있었습니다.


친정엄마의 입장으로 보는 큰딸의 입덧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의 입덧은 어땠을까 궁금했습니다. 엄마께 물어봤습니다.

"엄마는 입덧할 때 뭐가 드시고 싶었어요?"

"나는 배가 먹고 싶었어. 그래서 네 아빠한테 배가 먹고 싶으니 하나 사다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아빠가 사다 주셨어요?"

"사다 주기는커녕 돈을 휙 던져주더라" 그러시면서 '배가 먹고 싶어? 사다 먹어!' 하셨다는 겁니다. 엄마는 배를 사다가 혼자서 너무 맛있게 다 드셨다고 합니다.

"아버지 나빴네!"라고 엄마를 위로해 드렸지만 옛날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의 모습이겠지요.


잘 먹지 못하는 딸의 입맛을 돋우게 하려 오이 달래 초무침, 풋마늘 오징어 초무침등 상큼한 맛이 나는 음식을 해 주니 조금 먹기도 했습니다. 딸의 입덧으로 뭐라도 해 먹이려고 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친정엄마라 애쓴다." 하십니다.

내가 입덧할 때도 우리 엄마는 이런 마음이었겠죠?


내가 입덧할 당시 친정집에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우리에게 무서웠던 아버지, 엄마의 입덧에도 돈을 던져주며 사다 먹으라 했던 아버지가 입덧하는 나에게 "뭐가 먹고 싶냐?"라고 물어보셔서 "딸기요!" 했더니 아버지께서 직접 딸기를 사 오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딸의 입덧을 보며 그땐 헤아리지 못했던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손녀딸의 입덧이 심할까 걱정이신 엄마께 손주사위의 활약상을 말씀드리니 "요즘엔 호강하고 산다." 하시며 웃으십니다.


딸의 입덧이 빨리 사그라들어 잘 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찰떡이도 잘 자라길 기도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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