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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3 (feat. 케이크)

터진 김밥에 터진 눈물

by Lydia young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큰딸은 원룸에서 혼자 지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작은딸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입니다.


작은딸은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함께 공동으로 돈을 걷어 치킨을 먹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당시에 돈이 없었던 작은딸은 망설이다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조금 부쳐줄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큰딸은 돈이 없었지만 갖고 있는 돈을 보내주겠다 하면서 유독 힘들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자매가 나누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그날따라 힘든 일이 많아 의기소침하고 있던 큰딸은 힘없이 터덜터덜 김밥을 하나 사서 들어와 열어보니 김밥이 터져 있었다는 겁니다. 하루동안 있었던 힘들었던 기억과 함께 터져있는 김밥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습니다.

김밥을 사 먹는 것조차 사치였던 그 시절 김밥 한 줄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앞에 덩그러니 놓인 모습을 보니 그날의 기분에 온전하지 못한 김밥의 모습까지 큰딸을 슬프게 한 것입니다.

그 순간 동생이 전화로 언니에게 사정얘기를 하니 자매가 통화를 하며 서로 숨죽여 흐느꼈을 생각에 마음이 저려 옵니다.

두 자매는 서로를 토닥이고 위로했으며 그 어려웠던 시절은 자매에게 살아가며 어려운 순간에도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아련한 추억 속 한 페이지로 남아있습니다.




feat. 케이크


작은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이 되어 큰딸과 함께 지내며 있었던 일입니다.

사회초년생이 되어 학교와는 다른,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작은딸은 어느 날 퇴근하는 길에 케이크를 사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큰딸이 누구의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데 의아해 "무슨 날이야? 웬 케이크를 사 왔어?" 하고 물으니 작은딸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돈 버는데 이런 케이크도 못 사 먹어? 케이크는 꼭 생일날만 먹어야 하는 거야?" 하며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했답니다.

자기에게 힘들었을 오늘을 보상해 주는 의미로 케이크를 사 왔다고 했습니다.

힘들었을 오늘의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자기만의 회복법을 터득한 딸이 기특합니다.

힘들고 외로웠을 딸들에게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부모 대신 위로가 되고 웃음이 되어준 소소한 행복의 음식들이 곁에 있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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