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끼니 - 2
우린 예로부터 삼복이 되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기름지고 맛난 보양식을 먹었다. 복날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각종 생선과 해산물을 먹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닭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닭고기와 갖은 약재를 집어넣은 삼계탕, 기름과 양념에 폭 튀긴 치킨, 달달한 소스에 튀긴 닭고기를 버무린 닭강정과 매운 소스에 삶은 닭발을 버무린 매운 닭발까지, 복날이 다가오면 닭 요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우리 집에서도 복날이 되면 닭 요리를 차렸다. 삼계탕보다 단출하지만,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닭국을 먹었다. 싫어하는 인삼과 한약재를 안 먹어도 되고 삼계탕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서, 여름이 되면 이걸 늘 준비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닭국 앞에 온 가족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면, 짜증 나고 힘들었던 여름 더위를 쉬이 물리칠 수 있었다.
벌써 초복이 지났다. 장맛비와 함께 와서 어영부영 넘어간 감이 있지만, 그래도 여름의 세 고비 중 하나를 통과했다. 또다시 혼자 긴긴 여름날을 보내야 하지만, 가족 생각이 나는 닭국 한 그릇을 먹으니, 더위와 외로움도 거뜬히 이겨낼 힘을 얻었다.
담백한 닭국 한 그릇으로 여름 밤을 달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