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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진 Jan 01. 2024

요즘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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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라는 말은 시대를 타지 않는 유행어 같다. 이미 닳고 닳도록 사용되어 이제는 관용어가 되었고, 무려 나무위키에 따로 문서가 존재하기까지 한다(이건 아마 몰랐겠지?)! 심지어 고학번이 되어 버린 지금, 내 주변 친구들마저도 하나 둘 ‘요즘 새내기들은…’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20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이건만….그렇다면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보편적인 현상인 걸까?


   사실 이런 ‘요즘 것들’에 대한 언급은 고대부터 죽 이어져 오던, 그야말로 역사가 깊은 관습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고전 『일리아스』에는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 같으면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 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경우에는 키케로가 “아, 세태여! 아, 세습이여! 실로 한탄할 만 하구나.”는 문장을 썼다고도 하고.


   어디 그뿐이랴. 중세로 넘어오면, 기성 세대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요즘 애들’의 행태를 까내린다. 1311년,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라는 이는 “요즘 대학생들은…”하며 시작하는 장광설로 ‘요즘 청년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물론 종교의 타락을 비롯한 각종 원인들로 인해 서구의 암흑기라고 불리던 중세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꽤 매서운 질책이다.


   그렇다면 동양은 또 어땠을까. 유교 문화의 산실인 동양이 서양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했을 것 같지는 않다. 『한비자』의 오두편에는 ‘지금 덜 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어(…)그 정강이에 난 한가닥 털조차도 바뀌어지지 않는 것이다.’는 글이 실려 있고, ‘조선왕조실록’ 중 『숙종실록』의 기록에는 ‘요즈음 가만히 살펴보건대, 세상이 갈수록 풍속이 쇠퇴해져서 선비의 버릇이 예전만 못하여(…)’하며 ‘요즘’의 선비들을 책망하는 내용도 있다.


   이처럼, ‘요즘 애들은…’과 ‘나 때는 말이야…’로 표상되는 세대 간의 몰이해의 역사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오래되었다.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니 뭐니 하는데, 사회학에서 한 세대의 기준으로 잡는 시기의 차이가 보통 20년인 걸 감안해 보자. 세상이 두 번 뒤집히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면 180도로 두 번 뒤집히면 360도니까 제자리 아니냐? 하는 말장난도 가능하긴 할 텐데. 그렇지만 지구는 둥글어도 시간은 둥글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던 안희연의 시구를 떠올려 보라!).


   한 바퀴 돌아온 세상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그러니, 기성세대들이 살아온 시대와 새로이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전혀 동질적이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그들의 시간이 ‘현재’라는 이름으로 겹쳐진다 하더라도, 그들 개개인에게 ‘시대’가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MZ’라는 가성비 좋은 표현마저 등장한 ‘요즘’이다. 그야말로 요즘 것들에게 맹공을 퍼붓기 좋은 한때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그렇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수만큼 서로 다른 이야기와 세계, 그리고 시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살아온 삶은 고유한 나의 얼굴이다. 당연히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왜 그렇게 생겼어!’ 하며 타인의 얼굴을 질책하는 일은 얼마나 우스운가. 내 얼굴을 기준으로 타인의 얼굴을 교정하려는 그 모든 시도, 그건 일종의 폭력이다. 저마다의 얼굴을 개성으로 파악하듯, 서로 다른 세대 간에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여유 또한 필요하겠지. 짙어지는 세대 갈등의 골 속에서, 다시 한 번 ‘요즘’이라는 낱말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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