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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38

참이슬 빨간 뚜껑

by 계영배

Li Jin 李津
"DRAWING OF AN AFFLUENT SCENE"(2007)





참이슬 빨간 뚜껑









"야 빨리 침대에 눕혀 좀 재워라."




따님을 달라며
우리 집에 처음 온날





얼굴이 말간 남친은
참이슬 빨간 뚜껑 몇 잔에
정신줄을 놓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니 아빠한테
그만 먹이라 했더니만은."





상남자 장인은
참이슬 빨간 뚜껑을
자꾸 권했고





생애 첫 영접한
실온의 빨간 뚜껑에





샌님 남친은
처가 첫날
정신줄을 놓는다





처음 온 낯선 집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던 말간 청년은





이제 어느덧
반백살 어디쯤





희끗한 머리에
뭐 소주 한두 병은
예삿일이고





실온의 빨간 뚜껑에도
이젠 끄떡 이 없는데





그 말간청년
어느 길을 지나
오늘에 왔을까





반주에 좀 일찍 잠든 저녁

그 옛날 얼굴이 언뜻언뜻





그 옛날 침대주인은





잠든 옛 남
이불을 살포시 덮어준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준다






김광석 - "서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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