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는 새 차를 만들지.
미트질을 마치고 다시 한번 고압수로 깨끗하게 차를 헹구었다. 본세차를 마치고 쏘는 고압수는 드라잉을 하기 전 마지막 헹굼이기 때문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쏴주어야 한다. 다 헹구고 나면 세차 베이에서 드라잉존으로 차를 이동시킨다. 드라잉존은 말 그대로 세차를 마친 차량의 물기를 닦아내는 작업을 하는 공간인데 여기서 도장면에 왁스를 바르거나 드레싱 작업을 한다.
나는 드라잉존에 가면 가장 먼저 에어건을 잡는다. 에어건으로 타이어와 휠의 물기를 없애주고, 트렁크나 번호판, 사이드미러의 틈새에 고인 물기를 날려준다. 그다음 드라잉 타월을 사용하여 전면 유리부터 시작해 도장면의 물기까지 모두 닦아낸다. 문틈과 주유구 안쪽의 물기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제 디테일링의 꽃으로 불리는 왁스 코팅 작업을 할 건데, 왁스를 잘 발라주면 방오성도 좋아지고 다음 세차가 쉬워져. 광도 나고."
"안 바르면?"
"음. 세수하고 화장품 하나도 안 바르고 그냥 막 다니는 거랑 똑같은 거지."
"아!"
나는 가장 먼저 보닛 위에 물왁스를 도포하고 버핑 타월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다음 잔사가 남지 않도록 타월의 뒷 면으로 한번 더 닦아냈다.
"이런 식으로 도장면 전체에 물왁스로 코팅을 해주면 돼. 코팅을 하면 도장면의 깨끗함이 더 오래 유지되지."
"플라스틱 위에는?"
"플라스틱 트림 코팅제는 따로 있어. 세정제도 따로 있고. 하지만 나는 타이어 드레싱제를 사용할 거야. 트림에 써도 되는 거거든."
"뭐가 많네?"
"세분화하면 케미컬 종류가 엄청 많은데 올인원 제품들도 있어서 간편하게도 가능해."
디테일링 세차는 우리가 세수를 하고 화장품을 바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피부 상태,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물로만 세수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크럽제를 쓰는 사람도 있고 비누로 씻거나 이중세안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폼 클렌저를 쓰는지, 클렌징 오일을 쓰는지, 리무버를 쓰는지, 전부 다 쓰는지에 따라 세안의 과정도 조금씩 다르다. 화장품을 바를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스킨과 로션만 바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주름개선, 미백, 수분, 탄력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제품을 쓰기도 한다. 기초 화장품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올인원 제품을 쓰는 경우도 있다.
신차를 구매한 나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차를 관리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메이크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 때 얼굴에 발라야 하는 화장품의 종류와 가짓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서 귀찮다고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아마 세차 견학생들도 그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다른 건 몰라도 물왁스 코팅은 꼭 해주면 좋아. 대신 화장을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한 것처럼 디테일링에서도 오염물을 씻어내는 세차의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건 잊지 말고!"
디테일링은 생각보다 그 방법이 과학적이고 그 순서가 체계적이지만 그 틀 안에서도 융통성이 있으며 창의적이기도 하다. 각자의 세차 루틴(routine)에 따라서 세차가 심플해지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한다. 장마철이나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날림 세차'를 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세차는 꼭 해야겠는데 시간은 없을 때 딱이다. 이럴 땐 간단하게 세차 후 '달드(달려서 드라잉)'로 끝낸다(물론 발수코팅이 되어 있어야 달드가 잘 되겠지만). 디테일링에는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정답이 없다.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선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는다는 것. 이것이 셀프세차의 재미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세차를 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진다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자, 이제 보닛 올려봐."
"보닛? 왜?"
"보닛 열면 물기 있거든. 그거 닦아주고 엔진룸 먼지 털어주면 돼."
"굳이?"
"샤워만 하고 양치는 안 하고 살게?"
세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엔진룸을 닦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다. 한 번도 스스로 열어보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사실 나도 자동차 보닛은 워셔액 넣을 때,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엔진 오일 교체할 때나 여는 줄 알았다. 유튜브에서 세차 방법을 찾아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우리는 외부 세차를 마무리하고 실내 청소를 했다. 브러시로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런 다음 올인원 실내 세정 코팅제로 시트를 포함한 내부 곳곳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우와 셀토리 진짜 깨끗하다. 향도 좋고."
"힘들어도 할 만 하지?"
"어. 뿌듯하네. 근데 셀토리 보니까 갑자기 내 차가 불쌍해. 정작 내 아이는 거지꼴인데 남의 집 애 목욕시켜준 기분이랄까. 하하"
"하하하. 다음에 또 올 생각 있음?"
"있음."
9년간 장롱면허 소지자였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디테일링 세차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끔은 신기하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세차는커녕 브레이크가 오른쪽인지 왼쪽 인지도 헷갈려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첫 차를 중고로 사지 않고 신차로 구매했기 때문에 내 차에 대한 애정이 더 각별한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셀토리는 뚜벅이였던 나에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니까 다른 건 몰라도 깨끗하게 잘 관리하며 늘 새 차처럼 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 차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일종의 표현방식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