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사는 이유
비타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꾸준히 챙겨 먹으면 건강해질까? 단순한 마케팅일 뿐 건강과 무관하다는 말도 있고, 실제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일각에선 홍삼, 아연, 비타민C 등은 면역 기능을 돕는다고 하고, 또 한편에선 지용성 비타민(A, D, E 등)은 체내에 축적되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홍삼 역시 체질에 따라 두통, 불면증,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 꾸준히 복용한 적 없는 나로서는 경험 부족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그저, 매일 아침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처럼 삶의 작은 루틴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걱정이 된 건 어머니였다. 집안에만 계시고 늘 어두운 곳에서 울기만 하시던 어머니가 나는 위태로워 보였다. 어머니에게서는 당장의 경제적 걱정은커녕, 삶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 그게 뭐라고, 그날부터 어머니는 삶의 의욕을 찾으셨다. 아침마다 화장을 하시고, 살던 집을 처분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더니, 작은 가게도 하나 내셨다. 꾸준히 화장을 하시더니, 전업주부에서 가게 사장이 되었다.
비타민을 언제 꾸준히 먹었더라? 생각해 보면 마음속에서 뭔가 ‘이루고 싶다’는 의욕과 함께 이런저런 루틴을 실행할 때였다. 순수한 열정과 비타민 복용이 정비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던 게 언제였더라? 희한하게, 비타민 챙겨 먹을 때와 다이어리를 쓰던 때가 궤를 같이 한다. 의욕이 있고, 더 나아지고 싶고,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생길 때 뭔가를 '꾸준히' 한다.
김익한 교수의 <파서블>을 읽고 월간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월간 다이어리’라, 매월 다이어리를 산다. 한 달이 지나고, <수학의 정석>만큼 깨끗한 다이어리를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아내는 “또 쓰지도 않을 다이어리를 사냐”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나는 다이어리 구매를 멈출 수 없다. 쓰던 안 쓰던, 다이어리 구매는 한 달을 시작하는 가장 성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꾸준한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건, 성실함을 강조하는 말이면서 루틴의 힘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루틴을 갖는 사람이 삶의 의욕도 계속 불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한 번 반대로 생각을 해보자. 비타민의 기능 덕분에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비타민 먹는 작은 루틴을 지켜서 삶을 살아갈 의지를 얻은 것이라고. 삶의 의욕을 회복해서 화장을 한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화장을 꾸준히 하니 삶의 의지가 샘솟았다고. 돈이 아까워도 의지를 갖고 싶어 다이어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월 다이어리를 사며 ‘그래도 이번만은’이라는 의지를 불태웠기에 ‘그나마 이만큼’ 살아낸 거라고.
이런 작은 루틴이 지금껏 나를 살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