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틴 엣 장조지(Nougatine at Jean-Georges)
여유로운 평일 점심, 센트럴 파크를 바라보며 햇살을 즐기면서 과하지 않게 약간의 사치를 부리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요.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셰프 장조지 (Jean Georges)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연 (그가 가장 아끼는) 미쉘린 2 스타 레스토랑(Jean-Goerges)이 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면, 오늘은 늘 그 그늘에 가려져 왔던 바로 옆 시스터 레스토랑 ‘누가틴 엣 장조지’ (Nougatine at Jean-Georges)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두 레스토랑은 모두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초입인 콜럼버스 서클 (Columbus Circle)에 위치해 있습니다.
출입구는 하나에, 두 레스토랑이 딱 붙어 있어, 장조지로 향하는 손님들은 반드시 누가틴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반면, 누가틴 손님은 열려있는 입구 틈 사이로 장조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답니다.
마치 비행기 일등석을 지나가는 이코노미석 손님의 심정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누가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 있는 활기찬 캐주얼 고급 다이닝이었습니다.
사람도 어떤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가 중요하듯, 늘 장조지와 붙어있는 누가틴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좋은 식재료, 좋은 서비스, 좋은 셰프들이 설마 장조지에만 있을리가요.
분명히 분리된 공간이지만, 두 레스토랑은 일부를 공유하고 같이 움직임으로써, 더욱 각자의 독자적인 존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이 앤드 파인 다이닝은 장조지, 캐주얼 업 스케일 다이닝은 누가틴.
누가틴의 일부 메뉴는 장조지 메뉴를 캐주얼하게 변형시킨 것도 있어, 메뉴를 잘만 선택한다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장조지의 일부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답니다. 여기에 코스를 억지로 시키지 않고, 메뉴 하나만 주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특별하지만 가볍게 런치로 즐기기에는 누가틴은 훌륭한 선택인 것 같네요.
단품으로 주문하는 방법을 알라 카르트 (à la carte)라고 부르는데요.
평일 점심이기 때문에 코스 대신 단품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 후 나오는 첫 번째 디쉬는 아뮤제 부쉬(Amuse bouche)입니다.
'바이트 사이즈 애피타이저로 모든 손님이 받는 셰프의 작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아뮤제 부쉬는 레스토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캐주얼 다이닝답게 파마산 치즈와 트러플 파테를 넣은 반죽을 동그랗게 튀겨 나온 이 음식은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반죽에 물기가 많고, 기름 온도가 높았는지 색이 먹음직스럽게 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주문한 두 개의 애피타이저 중 하나입니다. 익힌 스시 라이스를 틀에 맞게 자른 뒤, 주문이 들어오면 따끈하게 튀겨서 나가, 치폴레 마요네즈와 송어 스시를 한 점 올립니다. 그 위에 달콤한 간장 글레이즈를 바른 뒤, 작은 시소 잎 하나 올려줍니다. 스시의 맛은 유지하되 조리 방법과, 소스를 변형시킨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송어 회의 질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다음 애피타이저로 나온 이 음식은 누가틴이 아닌 장조지의 시그니처 애피타이저인 튜나 리본(Yellow Fin Tuna Ribbons) 디쉬의 캐주얼한 버전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당연히 재료의 퀄리티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장조지의 튜나 리본은 참치회를 길게 잘라 국수처럼 가지런히 한 뒤 면처럼 말아 올렸다면, 누가틴은 참치를 잘게 썰어 틀에 성형해 올렸습니다. 결정적 차이가 있기는 해도, 기본적인 구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장조지 메뉴의 맛보기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치와 아보카도는 누구나 다 아는 맛이겠지만, 결정적으로 진저 마리네이드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면서, 부드럽기만 한 두 식감에 날카로운 맛을 더해서 밸런스를 잘 맞춘 디쉬였습니다.
애피타이저 다음으로 시킨 두 가지 앙트레 중 하나는 농어구이 (Black Sea Bass)였는데요. 앞선 음식들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이 음식은 전형적인 서양 음식의 구성을 갖추었습니다. 흡사 올챙이국수와 비슷한 슈페젤 (spätzle)이라는 독일식 파스타를 아래에 깔고, 서양식으로 씨어링 (searing - 단면을 센 불에 구워 구움색이 나게 하는 방법) 후 버터로 마무리한 농어구이를 살짝 시큼한 버터밀크 포피씨드 드레싱으로 마무리해 느끼함을 잡아주었습니다. 드레싱에 신맛이 강하게 나는 점이 아쉬웠지만, 앞서 줄줄이 이어진 동양스러운 음식과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과, 신선한 농어를 바삭하고 부드럽게 잘 조리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 앙트레는 치킨 요리인데요. 닭가슴살 한 짝, 닭 허벅지살 한 짝 나왔습니다. 닭 요리의 핵심은 육즙이 살 안에 그대로 보존되어 촉촉한가입니다. 조리를 잘못하면 육즙이 다 빠져나와 특히 닭가슴살이 굉장히 질겨질 수 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촉촉해서 놀랐습니다. 파마산 치즈를 얹어 구워 그런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닭고기에 풍미가 더해졌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 레몬 버터에 바질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조리와 맛 밸런스가 잘 맞는 음식이었습니다.
단품으로 시킨 앙트레가 양이 상당히 많아서 디저트가 고민이 되었지만, 따뜻한 초콜릿 케이크는 초콜릿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시키시길 바랍니다.
왼쪽에 있는 초콜릿 빵은 드라이한 케이크가 아닌, 안에 초콜릿이 흐르는 몰튼 라바 (molten lava) 케이크 형태여서 따뜻할 뿐 아니라 바닐라빈 아이스크림과 더욱 잘 어울립니다.
이 디저트 역시 장조지에서 비슷한 메뉴가 있는데요. 플레이팅 방법과 재료의 차이가 살짝 있지만, 구성면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니, 간접 경험을 원하신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뉴욕에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특별한 평일 점심으로 누가틴 엣 장조지는 어떠실까요?
⬇️최신 매거진 소식은 인스타그램 @food.magajin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ood.mag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