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돌아오다

by 행동하는독서


- 여보세요.

- 선배 저예요.

- 누구세요?

- 저 현이예요.

- 어............ 그래............. 오랜만이구나.

- 잘 지냈어요?

- 어. 잘 지냈지. 잠시 들어온다는 말은 들었어. 미국 생활은 괜찮니?

- 네 잘 지내요.

- 다행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당황스럽네.

- 그쵸... 10년 동안 남으로 살았네요.

- 아버님은 괜찮으시니?

- 네 수술하셨는데, 잘 됐다네요.

- 다행이다.

- 그동안 연수에게 선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 그냥 그렇게 됐네. 뒤늦게 미안하다.

- 선배… 그때 거짓말했다면서요?

- 그 녀석은 별이야기를 다했네.

- 연수가 한 달에 한 번씩 내게 전화했어요. 선배 이야기 모두 들었어요.

- 다 지난 이야기라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한 게 그렇게 됐네.

- 아니에요. 그동안 선배가 나를 좋아해 주었던 추억 정말 고맙게 받을게요.

- 그래, 고맙다.


- 선배! 그거 알아요? 연수가 선배 이야기 전할 때마다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연수 선배 정말 좋아하더라. 저 대신 연수에게 잘해주세요.

- 무슨…… 말이야?

- 선배. 학교 다닐 때도 연수는 선배를 좋아했어요. 단지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걸 눈치채고 우리를 이어주려고 애쓴 것뿐이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선배를 좋아하고 있어요. 연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래요. 연수는 정말 나랑 친한 친구라니까.

- 정말이니……? 어쩌지? 미처 생각 못 했다.

- 연수 맘 아직도 모르는구나?

- 얼마 전 통화에서 네가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의미였는지 물어봐도 될까?

- 연수가 선배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나 때문에 표현도 못 하고 지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어요. 그냥 울음이 나더라구요. 정말이지 나 연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선배가 연수에게 그렇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 그렇구나. 그랬구나.

- 선배 난 이제 다 정리했어요. 여기서 정말 좋은 사람도 만났구요.

- 아... 그래.

- 정말 그때는 힘들었는데, 선배 때문에 좋은 추억 만든 학창 시절이었어요.

- 그래 나도 즐거웠던 시절이다.

- 제가 연수의 마음을 그때도 몰랐던 건 아닌데... 난 좋은 친구는 아닌 모양이야.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나 좋아해 주는 것만 즐겼나 봐요.

- 그때…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었구나.

- 네. 알죠. 왜 몰랐겠어요. 선배가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연수가 선배 좋아하는 거 알았는데, 선배가 나에게 잘해주니까 좋더라구요. 나 너무 이기적이죠. 하지만 선배가 고백한 걸 쉽게 못 받겠더라고요. 그래서 몇 달간 고민 많이 하다가 선배 맘을 받아들이자고 결정했어요. 그때도 연수가 많이 응원해주었거든요.

- 그랬구나.

- 이제라도 다 이야기하니까 편하다. 선배. 이런 말 연수에게 하지 말고. 이제라도 연수 잡아요. 10년이 넘었는데도 선배 만나며 행복해 하더라구요.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대담해 보여도 소심한 구석이 있어요. 나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표현도 못 한 아이예요.

- 알겠다. 하지만 받아들인다는 약속은 못 하겠다. 사실 오늘 충격이 크다. 연수는 정말 좋은 후배야. 너도 그렇고… 연수와 후배 관계마저 깨지기는 싫다.

- 선배는 그때나 지금이나 관계 깨질까 봐 망설이네요. 결국 이렇게 될 것을...

- 그러네... 내가 문제네.

- 선배 나 다음 주에 다시 들어가요. 잘 지내구요. 정말 고마웠어요. 진짜로…

- 그래 나도 미안하고, 고마웠다. 잘 들어가고... 한 번씩 연락하자.

- 아니요. 이젠 두 사람에게 연락 안 할 거예요.

- 그럴 필요까지 있겠니?

- 지나고 보니 두 사람에게 못할 짓을 한 거 같아요. 잘 지내요.

- 그래.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