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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16. 2023

'개천에서 난 용'은 행복할까?

자수성가의 딜레마


  제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은 시골입니다. 지금은 좀 발전했지만 제가 10대 때 저희 고향엔 맥도날드도 없었어요. 학구열이 높은 동네도 아니어서 대학에 합격했을 때,  현수막이 붙었던 기억이 납니다. 'ㅇㅇ의 자랑'으로 불리면서 나이를 먹다가 S그룹에 입사할 때쯤이 되자  '개천에서 난 용', '자수성가의 아이콘'과 같은 별명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대견해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제가 정말 행복할까요? 집안에서 최고 학력자가 되고, 동네에서 최고 아웃풋이 되면 행복할까요? 


  우선,  주변 사람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기가 힘들어져요. 주변 사람들도 친하니까, 사랑하니까 이해는 많이 해주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예요. 그들은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없어요. 그들 입장에선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들어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길이니까요. 


  가령, 제가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기재하는 걸 고민한다고 가정할게요. 석사는커녕, 대학 문턱도 가보지 못한 저희 부모님이 제 고민에 제대로 조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어느 순간 주변인들은 제게 조언이 아니라 응원과 격려를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반대로 주변에선 제가 하는 일에 하나하나 간섭하지 못하고, 본인들이 가보지 못한 길이니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거 해봤는데 부질없어~", "쓸데없이 그런 걸 왜 해~" 이런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런 식의 주변 반응은 자존감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의 '인정 욕구'는 매슬로의 욕구 이론 중 셋째 혹은 넷째에 해당될 정도로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개천에서 난 용'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높아진 자존감 때문인지 저는 딱히 타인과 저를 비교하는 것에 관심도 없고 열등감도 잘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장단점도 있겠지만, '개천에서 난 용', '자수성가'의 삶,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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