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해야 할 시간,
교사들의 쉴 권리
17년간의 국제학교 근무 기간 동안 연간 4개월 정도의 유급 휴가 기간을 가졌다. 제일 긴 휴가는 7주의 여름방학과 3주의 겨울방학이다. 그 외 부활절 휴가, 봄 방학, 가을 방학은 각 일주일씩이고 2-3일의 공휴일들이 있다. 일반 월급쟁이로써 상당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상황에 따라 유, 무급 출산휴가와 유, 무급 병가등을 쓸 수 있다.
“오늘 S와 A가 식 리브 Sick leave를 내서 팀 미팅 team meeting 이 취소됐어. 그나저나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많아. 큰일이야.”
“그래? 요즘 독감에 걸린 학생들도 많아. 우리 반 학생들 중 4명이나 감기로 결석했거든. 참 음악 선생님 딸도 아파서 어제오늘 결근했던데. 커버 교사 (cover teacher/ substitute) J가 이번 주 내내 바쁘더라고.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가 봐.”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파서 결근한 것은 눈치 볼 일이 아니다. 내가 아프던 가족이 아프던 병가를 내고 쉬는 것은 쉴 권리 중 하나이다. 아파서 억지로 학교에 나와서 전염을 시키는 것을 더 안 좋게 생각한다. 가끔은 커버 교사에게 수업계획서 주기 귀찮아 억지로 온 교사들은 PYP 코디네이터로부터 아픈데 학교에 나왔다고 핀잔을 들을 때가 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교사당 열 번의 유급 식 리브 Sick leave를 주는 학교도 있고 무제한으로 의사의 소견서 지참 시 무조건 식 리브를 허용하는 학교도 있다. 교사 여러 명이 아파서 결근을 하게 되어도 학교에서는 책임지고 커버 교사 혹은 시간이 되는 교사를 이용하여 결근한 교사의 자리를 반드시 메꾼다. 워킹맘이 많은 유럽의 경우 교사의 자녀가 아파서 결근을 하더라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자녀가 길게 아프게 되면 부부가 번갈아 가며 병가를 쓰기도 하며 그 누구도 이를 탓하지 않는다. 국제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면 최소한 아프면 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월요일 오전 7시이다. 지난 중에 미처 전달하지 못한 중요한 사항을 3학년 담임에게 부랴부랴 서둘러 이메일을 보냈다. 교사들도 교장선생님도 주중의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에는 업무에 관한 이메일이나 문자를 주고받지 않는다. 각자의 삶과 시간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는 온전한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업무에 관한 것은 모두 주중에 처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에는 출근하자마자부터 읽어야 할 메일들과 체크해야 할 업무사항이 많다. 혹시라도 급한 일 때문에 퇴근 후에 연락을 할 경우에는 굉장한 실례를 무릅써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행은 내게 무척이나 새롭고 기분 좋은 것이었다. 공과 사를 구분해주고, 칼 퇴근에 모자라 퇴근 후 각자의 삶을 존중해주는 것은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한국의 회식문화와 비슷한 행사가 있는데 이러한 것은 보통 전체 회의가 있는 월요일 혹 수요일 오후에 한 시간 정도 짧게 이루어진다. 그 외에도 교사들이 주관한 연말 파티와 환송파티가 일 년에 한두 번 있고 이마저도 상황에 따라 참여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더라도 학교에서는 나의 희생을 바라기보다 적절한 휴식과 쉼을 통하여 내가 교사로서 꾸준히 나아가길 응원하고 지원해준다. 그러므로 퇴근 후 쉴 권리를 장려하고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