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자라는 식탁
처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건 단순히 ‘좋은 음식’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먹거리의 진짜 가치를 깨달은 건, 그 음식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마주한 이후부터였다.
미국에서 CSA를 통해 신선한 농산물과 농부의 정성을 경험했던 순간들부터,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직접 찾아 헤매던 자연방목 유정란 농장, 정성스럽게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매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블루베리 할아버지, 어려움 속에서도 유기농 체리를 키우며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농부들까지, 모두 내게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
특별한 사과와 배는 어머니가 내게 주셨던 따뜻한 기억을 매년 떠오르게 했고, 한입 고구마와 에어룸 토마토는 작지만 행복한 우연이 얼마나 큰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깨닫게 했다. 이제 우리 가족의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들은 단순히 몸을 채우는 먹거리가 아니다. 그 안에는 농부의 진심 어린 땀과 정성, 우리 가족의 일상과 추억이 함께 담겨 있다.
아이들은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연스레 묻는다.
“이거 누가 키운 거야?”
나는 그 질문이 참 반갑고 좋다. 아이들이 먹거리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거리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인성과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소중한 인연과 이야기를 깊이 간직할 것이다. 먹거리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의 소중한 관계이자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