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너의 등이 보인다
상처로 물들어 화염보다 붉은
퍼렇게 몰아치는 칼부림은
한껏 즐기듯 피부를 베어내고
끔찍한 아픔이 절망을 새겨 넣는 지금
여전히 나의 앞에 우두커니 선 너를
지그시 바라보니 떨림이 그친다
이 비극은 곧 끝날 것이다
너의 의지와 땀과 사랑이
나의 내일과 숨과 웃음을
기필코 피어나게 할 것이므로
부아가 치미는 나의 약함은
이토록 강인한 너의 옆에서
함께 버티어 싸울 수가 없다
등 뒤에서 간절히
이가 갈리도록 간절히
바라고 또 기다릴 뿐이다
끝끝내 헤치고 돌아오는 너를
사무치는 자책과 벅찬 감사를
따스한 품으로 안아줄 것이다 너는
언제나 나에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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