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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에

by 문창승

익숙한 너의 등이 보인다

상처로 물들어 화염보다 붉은


퍼렇게 몰아치는 칼부림은

한껏 즐기듯 피부를 베어내고

끔찍한 아픔이 절망을 새겨 넣는 지금


여전히 나의 앞에 우두커니 선 너를

지그시 바라보니 떨림이 그친다


이 비극은 곧 끝날 것이다

너의 의지와 땀과 사랑이

나의 내일과 숨과 웃음을

기필코 피어나게 할 것이므로


부아가 치미는 나의 약함은

이토록 강인한 너의 옆에서

함께 버티어 싸울 수가 없다


등 뒤에서 간절히

이가 갈리도록 간절히

바라고 또 기다릴 뿐이다

끝끝내 헤치고 돌아오는 너를


사무치는 자책과 벅찬 감사를

따스한 품으로 안아줄 것이다 너는

언제나 나에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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