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그는 홀로 추운 새벽 공기 속에 빠졌다
냉기는 아릿한 족쇄 되어 사지를 꽁꽁 묶었고
폐까지 스며드는 얼음의 결정(結晶)을 느끼며
참으로 힘겹게 걸음 떼는 그였다
신이 난 듯 맞부딪히는 위아래 치아는
쫓아낸 이들 향한 증오의 중력과
언제라도 숨 멎을 것 같다는 공포의 부력
그 둘의 치열하고 불가피한 전쟁이었다
그들의 세계는 지금쯤 따스한 둥지일 테다
그곳의 안락은 이곳의 방랑을 먹먹한 아픔으로
그 뜨듯한 모닥불로 짓누르는 고통으로 수놓는다
그럼에도 원망 붙잡고 버티어 설 수 없는 이유란
실은 시린 가슴팍 깊숙한 곳의 그는 안다
맞서지 못한 나약함의 수치와 검붉은 패배감은
오직 자신의 무딘 혼(魂)과 발톱이 빚어낸 작품
심판의 눈보라 어서 덮치어 나를 죽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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