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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Nov 23. 2022

새벽 공기

쫓겨난 그는 홀로 추운 새벽 공기 속에 빠졌다

냉기는 아릿한 족쇄 되어 사지를 꽁꽁 묶었고

폐까지 스며드는 얼음의 결정(結晶)을 느끼며

참으로 힘겹게 걸음 떼는 그였다     


신이 난 듯 맞부딪히는 위아래 치아는

쫓아낸 이들 향한 증오의 중력과

언제라도 숨 멎을 것 같다는 공포의 부력

그 둘의 치열하고 불가피한 전쟁이었다     


그들의 세계는 지금쯤 따스한 둥지일 테다

그곳의 안락은 이곳의 방랑을 먹먹한 아픔으로

그 뜨듯한 모닥불로 짓누르는 고통으로 수놓는다

그럼에도 원망 붙잡고 버티어 설 수 없는 이유란     


실은 시린 가슴팍 깊숙한 곳의 그는 안다

맞서지 못한 나약함의 수치와 검붉은 패배감은

오직 자신의 무딘 혼(魂)과 발톱이 빚어낸 작품

심판의 눈보라 어서 덮치어 나를 죽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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