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덮친 불안감이
마치 이불인 양 온몸을 짓누르고
나의 잠은 갑작스레 죽음을 맞았다
자유의 상징이던 홀몸이란 처지가
버틸 수 없는 재앙으로 변모하고
잿빛의 두려움에 터져 나오는 눈물이
침대를 수치스럽게 적신다
달아나야 해.
달아나야 한다.
어딘가로 가야만 한다.
겁에 질린 동공은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데
까마득히 높은 방문은 굳게 닫혀있기만 하다
그저 악몽을 꾼 것이라 되뇌려다가도
실은 아무것도 꾸지 않은 듯하고
뻥 뚫린 공포의 묵직함만이
내장 어딘가를 꽉 쥐고 있다
가라앉지 않는 호흡 그리고 무한히 침잠하는 나
동아줄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초침의 맥박 소리를 듣는다
이 순간의 유일한 타자(他者)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