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윤동주를 따라 쓰던 고등학교 시절

한 문장을 따라 쓰며 시작된 동경

by 하얀 오목눈이

고등학교 시절, 나는 도서관 한 구석에서 우연히 윤동주의 시집을 집어 들었다. 얇은 책 속에는 맑고도 깊은 언어가 담겨 있었고, 그 문장들은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 첫 구절을 읽는 순간, 나는 마치 낯선 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간 듯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의 시를 공책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단순히 필사하는 행위였지만, 글자를 따라 쓰는 동안 그의 숨결과 사유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한 글자, 한 문장을 옮겨 적을 때마다 ‘글이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구나’라는 경외심이 생겼다.


윤동주의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아픔과 청춘의 고뇌,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양심을 담은 고백이었다. 어린 나에게 그것은 너무도 큰 울림이었다. 나는 그를 동경했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그 시절의 필사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첫 번째 다짐이었다. 작가가 된 계기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실 창가에서 윤동주의 문장을 따라 쓰던 그 작은 순간이었다. 그때의 떨림은 이후에도 내가 문장을 대할 때마다 기준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시절처럼 문장이 사람의 마음에 닿는 순간을 믿으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