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캐나다에서 간계밥과 멕시칸 현악 4중주 관람

by 또랑


일요일 아침, 지난주에 산 책인데 이제 첫 챕터를 다 읽었다.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마치 짙은 안개처럼 희뿌연 모습을 본다는 것인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특정한 기대를 받고 있고, 간혹 압박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고 내가 아닌 내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조금 철학적인데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 내용이었고 다음 챕터도 기대가 된다.



11시쯤 간계밥을 만들었다. 나 혼자 간단히 먹으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볶음밥이 되었다. 당근이랑 버섯을 다져서 볶고 밥을 넣어 볶다가 계란을 한쪽에서 익히면서 볶음밥을 완성했다.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만 했다. 약하게 간을 해서 김이랑 먹으니 딱 알맞았다.



왜 한국에서 먹는 맛이 안 날까. 쌀이 다르다. 호주도 그랬지만 밥알에 찰기가 없다. 맛있는 밥에는 김치랑 김이랑만 먹어도 맛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밥을 먹어서 든든했다.



요즘 즐겨마시는 메이플 밀크티와 초콜릿쿠키. 초코과자를 몇 개 먹어봤는데 저게 가장 맛있다. The Decadent chocolate chunk cookie. 우리나라 칙촉이랑 촉촉한 초코칩 중간쯤 되는 식감에 초코 덩어리가 큼직하다. 입안에서 막 파삭이지도 않고 눅눅하지도 않다. 그리고 한입에 쏙 넣기 좋은 크기.






Phillip T. Young Recital Hall



지난번에 빅토리아 대학교를 둘러보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공연은 혼자 보면 12달러, 인원수가 늘수록 조금씩 저렴해진다. 웹사이트​에서 예매할 수도 있고, 현장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지정좌석이 아니라 일찍 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빅토리아 대학에서 진행된 Cuarteto Bellas Artes (쿠아르테토 벨라스 아르테스)의 현악 4중주 공연. 빅토리아 대학 출신 학생들이 멕시코에서 저명한 연주자가 되어 돌아와 모교에서 공연을 했다. 하이든, 베토벤 곡을 앞뒤로 레부엘타스라는 멕시코 작곡가의 음악이 중간에 있었는데 곡이 난해하다. 4악장 구성이 아니라 단악장으로 되어 곡의 빠르기가 계속 바뀌는 형태였다. 박자도 음도 안 맞는 것 같은데 서로 기가 막히게 합이 맞았다.







공연을 보고 대학 도서관에서 어학원 숙제를 했다.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비가 왔는데 도서관에서 듣는 빗소리가 좋다. 비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비가 요란하게 쏟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얌전히 포슬포슬 딱 빅토리아처럼 내린다. 또 이곳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컴퓨터가 무려 맥북이다. 잠깐 여기 학생이 되고 싶어졌다.


주말에는 버스 배차간격이 늘어나고 운행하지 않는 버스가 많아서 평일에는 30분 만에 오가던 거리가 1시간이 되었다. 다음 주 일요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조금 더 큰 규모의 실내악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