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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상 바오로 Oct 11. 2022

프로젝트 파이낸스 강의/제7강(1)

실사(due diligence) 2 - 프로젝트 운영

7-1. 운영 리스크는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가?


대주단은 프로젝트 운영 리스크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서로 연관된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프로젝트 운영은 프로젝트 회사 또는 프로젝트 실시기관의 역량과 관련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건설단계 또는 운영 초기단계인 프로젝트 회사의 역량은, 상식적으로, 프로젝트 회사 사업주/주주들의 역량에 다름 아닙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프로젝트 회사의 SI(strategic investor, 전략 투자자)들은, 예컨대 한국전력이라든가 한국도로공사 등은, 각자가 참여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건설회사들은 건설계약 수주 등을 위한 목적으로, 그리고 FI(financial investor, 재무 투자자)들도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주로 참여합니다. 어쨌거나 사업주들은 자신이 전문성이 없는 사업에 대규모의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일은 드뭅니다.  


한편, 사업주의 사업운영 능력은 제5강에서 살펴본 거래 관련 리스크 중 ‘사업주의 신용 리스크’ 및 ‘사업운영 리스크’ 카테고리 하에서 다루게 됩니다. 만에 하나 이들 사업주들(특히 SI들)의 사업운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운영사와 장기 O&M 계약을 체결하게끔 하여 미리부터 대비를 하게 됩니다. 물론 신용등급 자체가 문제가 될 경우에는 모기업 보증이나 L/C 등으로 신용보강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용등급 및 전문성에 문제가 는 기업이 대형 PF 프로젝트의 사업주로 나서는 일 자체가 드물 것입니다. 또한 사업주에 대한 문제는 대주단이 문제 삼기 전 발주처나 정부 내 사업 인허가권자가 먼저 점검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은 직전 강의에서 자세히 다룬 완공 테스트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완공 테스트 통과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Initial Acceptance 이후 빠르면 6개월, 통상은 1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완공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짧으면 90일, 길면 6개월 동안 프로젝트의 모든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제삼자인 대주단 기술자문사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각종 재무지표들도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합니다.1) 그 결과 완공 테스트를 통과한 사업이 운영 단계에서 심각한 문제에 노출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사업들을 몇 개 알고 있지만, 완공 테스트 과정에서 불안한 점을 상당히 노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완공 테스트 통과 여부와 관련해서 입장이 서로 다른 사업주와 대주단이 많이 다투었던 것입니다. 그 사업들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업주의 요구를 이기지 못해 완공 테스트를 통과시켰지만 결국 나중에 대주단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쉽지 않겠지만 완공 테스트는 철저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는 경우 그 의혹을 말끔히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Once the project gets completed, then they are off the hook.” - 저와 같이 근무했던 국제 로펌 번호사들도 입버릇처럼 이렇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여기서 'they'는 사업주를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운영 중 사업의 부도확률입니다. 직전 강의에서 건설기간 중 또는 그 직후 단계의 프로젝트 누적 부도율은 Ba 등급에 해당하며, 운영단계의 프로젝트는 Baa1/A 등급에 해당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경험적으로도 운영단계의 프로젝트의 안정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가 직접 담당했던 Oil & Gas 부문 구조조정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처리가 매우 골치 아팠던 싱가포르 JAC 사업, 그리고 이집트 ERC 사업 모두 건설기간 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운영기간 중 문제가 발생한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예멘 LNG 사업, 우즈베키스탄 Surgil 사업 및 미국 Atinum 사업 등이 그것들입니다. (한편, 머천트 파워(merchant power2))를 제외한 IPP3) 사업들에는 EoD가 쉽게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멘 LNG 사업의 문제 원인은 내전이었습니다. 내전 발생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매우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Surgil 사업의 문제 원인은 동국 정부 및 offtaker의 약속 위반이었습니다. 즉, 이 두 사례들은 개도국 특유의 문제로 인하여 정치적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들입니다. 이러한 리스크는 정치적 리스크로 분류되는데, 정치적 리스크는 참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리스크입니다.5) (그러므로 개도국 사업에 있어서는 운영 리스크보다 더 중요한 리스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6)) 그러나 정치적 리스크는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PF 거래 구조화 측면에서 심도 있게 검토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한편, 미국 Atinum 사업은 자원개발 RBF4) 사업으로 유가변동에 따라 프로젝트 수익성이 크게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기본적으로 시장 리스크가 매우 큰 구조의 사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구조화된 사업의 운영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잘 구조화된’입니다. 그렇다면 구조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위 질문에 답하기 전에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①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한 후, ② 이 전기를 활용,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고, ③ 이를 인근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만든 암모니아와 결합하여, ④ 이를 국내로 도입(수소의 용처는 불분명)하는 사업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사업이 이와 같이 네 가지 구성 요소7)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느 부서가 이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발전부문을 담당하는 부서는 이 사업은 태양광 발전사업이라고 주장했고, 산업플랜트 담당 부서는 플랜트 사업이라도 주장했고, 자원·에너지 담당 부서는 수소를 도입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사실 이에 대한 답은 매우 단순합니다. 이 사업에 PPA가 존재한다면 태양광 발전사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전기분해시설 및 천연가스 개질 시설에 대한 단순 도급사업이 전부라면 산업플랜트 건설사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사업에는 PPA도 없고 또 단순 도급사업도 아니었기 때문에(투자개발형 사업이었습니다) 이는 수소 도입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시죠.  


상기 수소 도입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복합 사업으로 Gas-to-Power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사업의 개념은 ① 천연가스전을 개발하여, ② 이를 LNG로 액화시킨 후 (LNG 운반선으로 재기화 터미널로 운반하고8)) 재기화 터미널을 통해 다시 기체 상태로 전환시켜 가스복합발전소에 연료로 공급하고, ③ 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여 이를 전력회사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9) 통상적으로 ①과 ②는 묶어 ‘LNG 사업’으로 추진되지만, ③번까지 동일한 사업주 구조로 묶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③번까지 포함한 개념의 Gas-to-Power 사업이 실제로 구조화된다면 그 사업의 핵심계약은 PPA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고로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발전사업’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든 사업에는 해당 사업의 뼈대를 이루는, 그래서 그 프로젝트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계약10)이 존재합니다. (프로젝트 핵심 계약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제3강 프로젝트 구조도를 참조하세요.) 그 결과 PF 사업이 잘 구조화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핵심계약의 bankability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bankability가 양호하다면 대주단에게 프로젝트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앞에서 ‘구조화가 잘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 이는 프로젝트 핵심계약이 PF 거래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두 가지 사례의 소관 부서가 어디인지에 대하여서도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핵심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거래 관련 리스크들을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부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11)  




1) 그러므로 PF완공은 ‘재무완공’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 생산된 전기를 현물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의 전사업입니다.   


3) Independent Power Project의 약어입니다.  


4) Reserve Based Finance의 약어로, 우리말로 매장량 기초 금융이라고 합니다. RBF는 매장량 가치에 따라 대출금을 추가로 인출하거나 상환하는 유연한 구조를 특징으로 합니다. 그러나 유가변동은 생산물의 가격뿐 아니라 생산물의 채굴량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장량 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대주단은 담보권을 설정하는 매장량에 대하여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게 됩니다.   


5) 다만, 우리나라의 주된 PF 시장은 개도국이기 때문에 개도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ECA들의 정치적 위험 인수 기능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수출입은행의 경우 개도국에 자금을 공여하기 전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업소재지국 정부와 별도 협정을 맺기도 합니다.    


6) 대주단이 가장 신중하게 검토하는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은 높으나 그 파급효과가 작은 리스크가 아니라, 오히려 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그 파급효과가 큰 리스크입니다. VaR(Value at Risk)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러니, 사업주들은 대주단이 발생하지도 않을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쓴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주단은 그러한 리스크가 현실화된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사업주와 강하게 충돌하기도 합니다.   


7) value chai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8) 별도의 선박금융이 필요하겠죠?  


9) 최근 우리 기업이 추진하는 발전사업에 대하여 우리 기업이 LNG를 원료로 공급해주는 사업들이 동남아 시장에서 곧잘 발굴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발전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업주와 LNG 판매 사업에 관심 있는 사업주가 함께 프로젝트 회사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이처럼 천연가스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LNG를 도입하는 것을 토대로 한 발전사업 또한 실무에서 ‘Gas-to-Power’ 프로젝트로 부릅니다.  


10) PF 계약은 금융계약과 프로젝트 계약(project contracts)으로 구분됩니다. Yescombe는 프로젝트 계약서를 다시 한번 핵심계약(the project agreement)과 서브계약(sub-contract)으로 분류했습니다.  


11)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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