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무는 개와 사는 남자

셋이 한 연애의 기록

by 눈부신꽝


그는 개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지나칠 만큼 지극했다. 때로는 그 사랑에 내가 가려진다고 느낄 정도였다.


역시나 나와 개는 늘 경쟁 관계였다. 하지만 애초에 경쟁이란 것도 성립되지 않을 만큼, 나는 한없이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그가 키우던 개는 오직 자기 주인만 따랐다. 내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하고 잘 다루는 사람이라 해도, 그 개에게 나는 단 하나, ‘오빠를 빼앗아 간 여자’였을 뿐이었다.


경계심 어린 눈빛.
완벽한 무시.


마치 사람인 척 온갖 감정을 흉내 내는 털 뭉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의 감정 안에 내 자리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늦는 바람에 "나와 개", 둘만 남겨졌다. 청소를 하다가 무심코 어떤 봉투를 건드렸는데, 아마도 개의 간식 봉투 소리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그 순간, 개가 내 앞에 와서 앉았다.


초롱초롱한 눈빛.


항상 나를 투명 인간처럼 대하던 그 개가, 처음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우쭐해졌다.


‘그래, 결국 너도 나에게 뭔가를 원하는구나.’



그래서 장난스럽게 간식을 꺼내 들었는데, 개가 흥분한 나머지 점프를 하며 내 손을 물었다. 엄지손가락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개는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신나서 간식을 씹고 있었다. 황당했다. 손톱 옆 틈에 이빨이 콱 들어가 쓸고 간 상태라 살점이 덜렁거렸다. 일단 대충 덮고 지혈을 해보려 했으나,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개에게 물린 것이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진료를 볼 곳은 응급실뿐이었다. 집 옆의 꽤 큰 병원에서는 응급 업무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최첨단 강남 한복판에, 당장 뛰어갈 만한 응급실이 하나도 없다니. 결국, 강 건너 대학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그렇게 한 차례 소동은 지나갔다. 하지만 그 후에도 우리 셋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개와 기싸움을 벌였고, 개는 여전히 나를 무시했다. 아니, 어쩌면 그날 이후로 나를 무시하기보다는 조금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어쩐지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얄미웠다.
정말 얄미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얄미운 건, 내가 개에게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데이트마다 개를 데리고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데이트를 할 때면 운전대 앞 그의 다리 사이에는 언제나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개와 꽤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채로 드라이브를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처럼 물리는 사태가 또 벌어질까 봐 두려웠다.


개는 가끔 자동차 기어를 넘어 내 무릎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가 말없이 있을 때면, 문 쪽으로 두 다리를 올리고 박박 긁어댔다. 창문을 열어달라는 신호였다. 마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해서, 어이없어 피식 웃을 때가 많았다.


일이 있은 후에도, 그 집에서 "나"와 "개"는 분리되지 않았다. 침대에 누울 때면 개는 능청스럽게 뛰어올라 내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나는 밀어내려 했지만, 녀석은 뻔뻔하게도 내 베개 위에 드러누웠다.


그는 그 광경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얘 원래 여기서 자는데?”


정말, 황당했다. 결국 나는 침대 한 구석에 찌그러져 밤을 보냈고, 개는 내 자리를 차지한 채 평온하게 코를 골았다.


그제야 이 연애가 ‘셋이 하는 연애’였다는 사실을 또렷이 깨달았다.



그런데 사실, 얄미운 건 개가 아니라 그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이 일이 단순한 배려 부족이 아니라, 우리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이별을 결심했다.


어느 날,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역시나 개를 데리고 나왔다. 공원 벤치에 앉아 긴 숨을 내쉬는 동안, 개는 내 앞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왔다.


마치 그날처럼.

간식이라도 달라는 듯한 순진무구한 표정.


어이없어 웃음만 나왔다.

연애도 셋이 했는데, 이별도 셋이 하는 꼴이라니.


“나 먼저 갈게.”


개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고, 그가 입을 열었다.


“진짜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어 보였다. 손가락에 빨갛게 남은 흉터를 내보이며 조용히 말했다.


“너희 둘하고는 이 정도가 한계인 것 같아서.”


그러자 그는 말없이 내 손을 바라보다 개를 한 번 쓰다듬었고, 더는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먼저 자리를 뜨다 뒤를 돌아보니, 개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줄 것이 없었다.


개가 무엇을 바라든,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든,

이미 마음이 바닥났으니까.


연애 내내 기싸움을 벌이던 상대와 이별하는 것도 참 이상한 기분이다. 그런데 이걸 기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무언의 신경전이라고 해야 할까?


싸움이라는 건 언제나 지는 쪽이 먼저 끝내야 한다. 어차피 나는 늘 불리한 싸움을 해왔고, 이번에도 다를 바 없었다.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때론 나를 경계하는 상대를 애써 품으려 하고, 때론 나를 무는 상대를 이해해보려 한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걸 감내하기 어려워지면 떠나게 될 뿐이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사랑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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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