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는 늘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인
사랑에 대해서는 내게 제대로 된 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대해서 요즘 고민이 깊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왔고,
또 아픈 시간을 지나야 할까 봐 겁이 난다.
사랑을 또 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또다시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나이다.
사랑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지식들을 떠올려 본다.
2012년,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곧 혼인 파탄의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폐지했다.
2020년, 동거와 비혼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동성혼은 불인정된다.
애착 이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이 성인기의 사랑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방송 작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의 서사가
희생에서 자기실현과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노곤한 기운이 밀려온다.
가물가물한 정신을 붙잡으려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캄캄한 암흑 속, 나는 우주를 떠돌고 있다.
별빛은 흩어진 입자처럼 존재감을 뿜어내며 빛을 발한다.
나는 그 사이를 도는 인공위성인가. 누군가 만든 궤도 위에서만, 빛을 반사하며 존재하는 것처럼.
느릿하게 궤도를 그리는 곡선을 느끼며
나는 의심한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 채,
언제든 궤도를 벗어나면 추락할 것 같은 불안.
그러나 이상하다.
나는 궤도를 벗어났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돌고 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뜬다.
'아, 나는 위성이 아니라… 행성이구나.'
늘 내가 가는 길에는 나의 질문과 선택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지금 있는 곳은 나를 지킬 수 있는가,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는 행복할까.
그 모든 선택은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다.
나는 늘 스스로를 작은 파편처럼 여겼지만,
내 안에는 언제나 중력이 있었다.
중력.
나에겐 내재된 힘이 있었던 것이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이미 스스로의 무게로 존재하는 세계이니까.
나를 도는 위성 하나쯤 있어도, 없어도
나는 나의 궤도를 스스로 지탱할 수 있다.
꿈속의 우주는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웠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결심한다.
책임 없는 사랑과 낭만 없는 관계 속에서 머무를 바에야 차라리 혼자가 되리라.
그러나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사랑에 대한 희망을 열렬히 품고 있다.
가장 뜨겁고 가장 맑은 사랑을,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기까지 《경계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화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소설 전체의 시놉시스와
인물 설정을 간단히 소개하려 합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경계에 선 사람들》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연재됩니다.
혹시 지금, 그 경계에 서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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