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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Aug 23. 2021

<미스터션샤인>과 서학

TVN 드라마<미스터선샤인>을 통해 본 역사 l 송블리의 역사아삭

서학이 들어온 당시의 배경과 <미스터션샤인>

미스터션샤인을 즐겨 본 사람은 유진 초이(이병헌)와 애신(태리)과의 사랑이야기에 푹 빠졌을 것이다. 한편,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다양한 사회, 문화적 변화와 대사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며 시청했을 것이다. 먼저 역사를 좋아하는 한 사람 중의 한 명인 나는 태리의 할아버지인 고사홍의 두 가지 대사를 눈여겨보았다. 첫째는, 자신의 손녀 애신이 유진 초이와 결혼을 선택했을 때 만류했던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애신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녀딸인 애신이 유진 초이와 결혼을 하려고 하자 조선시대의 양반으로서 미국인 신분을 한 그 유진 초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양놈도 아니고, 조선 사람도 아닌 저 유진 초이의 정체성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손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학 사상과 관련한 대사인데, 그 대사가 여운에 남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10화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적적하다고 상투를 자르랴? 양놈들과 섞여 야소쟁이가 되랴?"


야소쟁이는 예수를 믿는 사람을 홀하게 일컫는 말로 당시에 천주교 사상이 조선시대에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음을 드라마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신미양요를 (1871년)을 배경으로 한다. 사상의 전파와 서학이라고 지칭한 서양의 학문과 종교가 막 조선사회와 조우할 무렵이다. 서학의 전래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것은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라는 책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천주실의(天主實義)』를 편차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봉유설은 1614년(광해군 6)에 이수광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인 저술로 그 안에 천주실의 내용을 보면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이를 유지하시는 하느님'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24930&cid=41884&categoryId=51337

이미 들어온 사상은 조선사회에 큰 변화로 다가왔고, 중앙정부는 서학을 경계한다.

이러한 사상은 이제 한 천주교의 세례를 받은 인물을 통하여 조선시대의 사회는 과거와 걷잡을 수 없이 서학 사상을 받아들이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승훈이다.* (서학 모임의 중심인물인 이벽(李檗)과도 자연 친교를 맺어 천주교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윤지충의 진산사건때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한다. 1756년의 태생으로 드라마의 배경보다는 앞선 인물이다.) 이후, 조선사회에 다양하게 뿌리잡은 서학에 대하여 조선정부는 병인박해를 거쳐, 신미양요 이후 척사비를 세워 서양의 세력과 그들의 학문을 철저히 배격한다. 드라마는 신미양요 때 유진 초이(이병헌)이 철수하는 미군을 따라 들어가 미군 장교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다.


중앙정부가 이렇게나 통제하고 있으니, 별 영향 없겠지?의 문제라면 차라리 좋았겠다. 조선시대에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명과 영성의 종교 학문이 들어왔을 때 그 맛을 본 눈을 일찍 뜬 학자 및 천주교인들은 조용하게 그것을 전파해왔다. 그리고 그 새로운 학문이 움틀거릴때마다 모여 논의하고 의논하며 조선사회에 서학이 싹틀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한편으로는, 박해를 무릅쓰고도 그들의 신념을 꺾지 않았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한 사회에 새롭게 들어온 학문의 영향이 참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영성의 깨달음이 한 개인의 사상과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무기보다도 더 무서운 유형의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보다 펜이 더 무섭다고도 하지 않는가?


이미 그 사상이 조선 사회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새로운 학문적 시각을 주고 종교적, 영성적 깨달음을 주었을 때 그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예를 들면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에서 새로운 자동차가 들어온 사회가 도래했는데, 마차만을 타던 기존 사회의 사람들은 자동차라는 편리함에 눈을 뜨고 그 학문에 매료되어 전파하려고 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데 '자동차는 허황된 것이고, 편리하지 않고, 우리의 마차를 사용하세요.'라고 하면 이 어찌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겠냐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새로운 학문적 눈 뜨임에 대한 통제는 사실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동안 조선사회가 주던 보수성에 자신을 한정시키지 않고, 보수성의 틀을 깨고 합리성에 바탕을 둔 서학을 받아들이기를 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보수적인 양반들은 끝까지 그 사상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서양의 학문을 마주한 보수적인 양반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서학이라는 학문을 별로 반기지는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앙정부 같은 경우는 이 서학을 경계하여 박해의 피 말림을 예고한다. 초기에는 서학이 학문의 영역에서 발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 성격을 가지고 발전하는 두 가지의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조선사회에서 접해보지 못한 서학이라는 한 사상과 그로 인하여 나오는 많은 사회, 과학적 범주의 변화와 기술이 조선사회에는 주는 큰 파장은 대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세력이 많이 존재하였고, 천주교 박해는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중앙정부차원에서 조금 더 서양의 문물과 학문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신식 무기를 조금 일찍 받아들였더라면 후에 많은 나라들에게 우리의 이권을 빼앗기는 역사의 과정은 밟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는 가정이란 게 없고, 이렇게 성취해온 것들이 우리의 유산이고 역사다. 그렇기에 누구를 탓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조선시대판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지봉유설에 천주실의, 서양문물의 소개 차원의 내용이 이미 적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무분별하게 이권을 빼앗긴 근대의 역사과정을 보면, 그 안타까움이 더해져 본문의 글을 작성해보았다.

*(참고):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44963



<미스터션샤인> 눈과 햇살과  

(Snow, Sunshine, Star.)


애기씨 (태리) 말한다.


애기씨-s에는 Sad Ending이 있지,

슬픈 끝맺음 말이다.

영어 선생님-아, 맞다 애기씨께서

처음부터 알고 계신 말이었죠?

애기씨-그랬지 이방의 사내...

이리될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영어선생님-네?


애기씨-질문이다, 이방인은 영어로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야

영어선생님-어 신기합니다.

이방인도 S에 있습니다. Stranger

애기씨- Stranger. S에는 온통

슬픈 단어들 뿐이구나..

영어선생님-아닙니다. S에는 Snow도 있습니다. 눈이요. 그리고 Sunshine도 있고,

Star도 있습니다. 햇살과 별입니다.

애기씨-눈과, 햇살과 별이라,

모두 하늘에서 빛나는 것들이구나.

(중략)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모두 하늘에서 빛나는 것들이 된 천주교의 순교자들과, 서학이 처음 전해질 때에 우리의 과학 수준을 지금 찾아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시킨 많은 위인들을 햇살과 별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역사적 터전에서 우리들의 생활을 조금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란다. 구동매와 유진 초이, 고사홍과 고애신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조선 사회의 끝무렵의 혼돈한 시대상을 볼 수 있는 TVN사극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을 꼭 한번 정주행 하기를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유진초이와 고애신의 분위기 있는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미, 잔잔한 ost를 느낄 수 있는 10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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