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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퐁 May 12. 2022

부업을 찾아서

본업도 없는데?



 한편 '퇴사'라는 키워드도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최악의 취업난 속 퇴사하는 청년들!’이라는 기사가 뉴스 한쪽을 장식하든 말든, 밀레니얼들은 하고 싶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하거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데 관심을 쏟는 중이다.

- 이혜민 / 정현우, 「요즘 것들의 사생활: 먹고사니즘」



 취미 모임이 끝나고 술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으레 그렇듯 다들 자기 나이와 직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통해 서열을 확인하고 직업을 통해 스몰토크 거리를 찾아 대화를 이어나가는 식이었다. 나만 별 다른 직업이 없어서 가장 최근에 한 아르바이트를 언급하며 순서를 넘겼다. 순서가 몇 번 지나가고 털털한 인상의 여성이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커머스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요즘은 부업으로 웹소설 작가도 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순간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렸다. 아무래도 흔치 않은 직업이다 보니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장르부터 연재하는 곳, 언제 출간되는지 등 질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소싯적에 판타지 소설을 연재했던 적이 있어서 묘하게 동질감을 느꼈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그가 연재한 소설이 조회수가 백만을 찍었다는 것 정도?


 아, 조회수 백만에서 나는 대박의 냄새. 현재 웹소설 시장은 내가 웹소설을 쓰던 고등학교 때랑은 판 자체가 달랐다. 왜 나에게는 그런 대박의 기회가 없었던 걸까! 그는 첫 작에 만족하지 않고 차기작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벌이만 쏠쏠하다면 전업 작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 역시 부업에 대한 욕심이 끓어올랐다.


 물가는 점점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인 세상이다. 심지어 옛날처럼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는 시대가 아니다.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 사회. 회사의 네임 밸류나 연봉에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키우는 데 진심인 요즘 젊은 사람들은 ‘n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다. 아, 나도 뭐든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학창 시절, 주의력 결핍과 수행능력 저하를 겪으면서 내가 긴 글 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심지어 최근에 성인 ADHD 확진도 받았다.) 그렇다면 소설은 무리인데. 짧은 글은 어떨까? 문득 부업 작사가로 케이팝 아이돌들의 히트곡을 쓴 사람들이 떠올랐다. 작사 학원에 등록해 볼까?


 문제는 부업을 계발하는 데도 투자할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달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는 상황에서 될지도 모르는 작사에 목돈을 투자한다고? 미쳤지, 미쳤어. 아저씨, 정신 차려요! 행복 회로를 돌려본 결과, 작사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뭘 하면 좋을까?


 알바 플랫폼을 열어본다. 부업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물류나 택배 알바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콜은 죽어도 하기 싫다). 부업을 하면서도 내가 팔 수 있는 건 시간과 몸뿐이란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체력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단 말인가?


 문득 한국 영화의 히어로 중 한 명인 ‘홍 반장’이 떠올랐다. 별 다른 직업 없이 동네 일을 도맡아 하면서 뭐든 척척 해내는 그 남자. 무슨 일을 하든 최저임금만 받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 보이는 그 남자. 홍 반장을 떠올리고 있으니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일확천금을 바라는 나 자신이 속물처럼 느껴졌다.


 부업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이 또한 정답은 없는 문제 같다. 돈 모으기에 기를 쓰거나, 취미의 연장선으로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직업이 되거나. 그 어느 쪽도 아니거나.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나는 본업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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