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도 종류가 있다
행복의 생김새(1)에 이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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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전에 우선 우리는 행복의 종류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의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 주관적인 느낌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어떤 것인지 알면 맛 평가가 훨씬 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나누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행복을 크게 인지적 행복과 정서적 행복의 두 부류로 나눕니다.
인지적 행복은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와 연관됩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고 만족하는지에 대한 반성적 평가, 판단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나서 식당에 대한 평점을 남기는 것처럼 어떤 사건이나 경험 후 그것에 대해 ‘이번 일은 만족스러웠어’라고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임종 직전에 인생을 뒤돌아보며 ‘내 생은 나쁘지 않았지’라고 평가하는 것도 인지적 행복에 포함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한걸음 떨어져서 평가를 한다고 해서 그 평가가 객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인지적 행복 또한 굉장히 주관적이며 만족감의 판단은 과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 어느 정도 의존합니다. 또 ‘적응’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상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인지적 행복을 느끼는 부분들은 주로 돈, 건강, 목표, 자아실현, 관계, 여가, 교육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부류의 행복은 정서적 행복입니다. 정서적 행복은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정의 자체에서 알 수 있듯 정서적 행복은 두 가지 방향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정서의 증가입니다. 긍정정서는 기쁨, 사랑, 감사, 통제감 등과 같은 정서를 포함하는데 이런 감정이 증가하는 것을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부정정서는 슬픔, 분노, 두려움, 불안, 질투 등의 감정을 포함하는데 부정정서가 감소할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감정을 점수로 수치화했을 때 -10점이 가장 불행한 점수, +10점이 가장 행복한 점수, 0점이 중간 정도의 기분이라고 했을 때 부정정서의 감소는 -10점에서 0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고 긍정정서의 증가는 0점에서 10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확실히 다릅니다. 학교 급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이 나와서 맛있게 먹는 것을 긍정정서의 증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정서의 감소는 평소 싫어하는 반찬인 생선구이가 나온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적당한 두부튀김이 나와 안도하는 것입니다. 평범한 두부튀김은 나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지만 생선구이에 비해서는 선녀이기 때문에 상대적 행복을 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행복을 보통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지만 꼭 한 가지 일에서 한 가지의 행복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서 사랑과 충만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두 부류에 포함하지 않는 행복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행복은 몰입의 행복이 있습니다. 몰입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고안해 낸 개념으로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만족감을 뜻합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해결할 때 집중하면서 오히려 자아의식이 사라지고,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행복의 두 가지 방향성을 합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해 보자면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과 삶의 만족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
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식사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끼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맛있는 한 끼와 행복의 차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행복을 느끼는 데는 한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한 줄로 정의를 해보니 행복은 매우 간단해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일은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행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행복에 관한 첫 번째 오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