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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oha Oct 20. 2022

3월, 비단향꽃무 꽃은 사라져도 향기는 남다

[소설] 나비가 손님인 꽃집 8


  남자는 차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도 모르고 투명한 유리병에 꽂혀 있는 연보라색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해례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잠깐 멈추고 고개를 돌려 힐긋 시계를 보자 두 개의 바늘은 어느새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은 좀 늦으시나 보네요. 그러지 말고 앉아서 기다리세요.”

  해례가 웃으며 작은 테이블로 다가가 의자에 다시 한번 손을 얹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돌아보지 않았다. 

  거의 한 달에 한두 번꼴로 토요일마다 꽃집에 들어오는 그 남자를 보아온 지 벌써 일 년 하고도 육 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 연인이라고 해야 옳았다. 시간은 정확하게 12시였고, 30분 후면 여자가 나타났다. 남자가 미리 주문해 둔 꽃을 여자에게 건네면 두 사람은 해례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꽃집 안을 구경하고는 웃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가끔 여자가 한 시간 정도 늦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 남자는 해례가 내 준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여자를 기다렸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아무래도 오늘은 안 오려나 보네요.”

  자리에 앉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 그런 일이...”

  여자가 오지 않는, 그런 날이 있었던가. 해례는 지나간 시간을 떠올려 보려고 애를 쓰는지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두 분 싸우셨어요?”

  여자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도 남자는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는 카페가 아닌데... 정해진 수순을 벗어나자 해례는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어 꽃집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토요일의 꽃집은 유난히 조용했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의 주말은 어김없이 그랬다. 꽃집에 진열되어 있는 자연이 아니라 모두들 진짜 자연을 찾아 간것 같았다.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인근에서는 가장 큰 도시인 이곳에서 두 사람은 함께 대학을 다녔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두 사람은 동쪽의 산간지방과 서쪽 끝에 있는 바닷가 마을의 사람들이었다. 이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정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서야 비로소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도상으로도 딱 중간지점인 이 도시가 자연스럽게 데이트 장소가 된 것이다. 남자는 토요일마다 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들뜬 마음에서인지 해례에게 곧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매주 주말은 이곳, 옥산에서 함께 보내요.” 

  서로의 고향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곳에서 맛있고 신기한 것들이 많다고도 했다. 서로의 존재만이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사 년 동안 누리던 도시의 활기와 다양한 경험마저 그리웠을 것이다.

  “어느 날, 미연이가 작은 꽃집을 발견했다면서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인터넷에서 글을 읽었는데 참 따뜻했다고. 미연이는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내는 걸 좋아해요. 멋진 카페와 맛집도 얼마나 잘 찾아내던지...”

  그날부터 트리 앤 바이올렛은 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원래 옥산역에서 기다렸는데, 미연이 얘기를 듣고 꽃을 선물하고 싶어서 꽃집에서 만나자고 했죠. 사실 꽃은 처음 선물해 본 거라...”

  남자는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날부터 미연이가 이 꽃집을 너무 좋아하게 된 거예요.”

  처음 그들이 꽃집을 찾았을 때, 해례는 조용한 미소로 그들을 반겨 주었다. 창가에 있는 작은 테이블의 의자를 권하고 차를 내어 주었다. 먼 곳에서 온 연인이 드디어 만난 그 순간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줍음이 많았지만 예쁘고 차분한 인상의 아가씨였다. 주로 떠드는 쪽은 남자였는데, 그는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여자 친구의 말 한마디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같았다. 참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남자의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는 해례의 말에 그는 평소와 다른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도 남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 아직 공기가 차가웠다. 남자는 그녀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주말마다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작업대에서 꽃을 다듬고 있던 해례가 먼저 입을 열었다.

  “3년이나 됐어요. 벌써. 이제 이골이 났죠. 기차만 타면 금방 오는 걸요. KTX는 아니지만...  집도 역에서 멀지 않아요.”

  “다행이네요. 두 분 다 힘든 줄도 모르고 오 실 텐데... 제가 괜한 걱정을...”

  “뭐... 아닙니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특히 미연이가 많이 힘들 거예요. 어른들도 그러시고, 결혼을 해서 빨리 함께 살면 좋을 텐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남자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은 계속 여자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다듬으시는 꽃이, 스톡 맞나요?”

  “어머. 기억하고 계시네요.”

  “네, 처음 꽃다발을 주문했을 때,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면서 권해 주셨잖아요. 향이 너무 좋아서 미연이가 많이 좋아했어요. 저도 괜히 설레더라고요. “

  “향이 참 좋은 꽃이에요. 그래서 ‘비단향꽃무’라고도 불러요. 긴 줄기에 작은 꽃들이 조랑조랑 달려서 풍성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 같은 꽃이죠. 그런데 사실 좀 까다롭기도 해요.”

  마지막 말을 할 때 해례는 마치 큰 비밀 하나를 남자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게라도 해서 굳어버린 남자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줄기가 물속에서 빨리 물러져 버리거든요. 작은 꽃잎도 잘 시들어버리고. 그래서 조금만 소홀히 해도 향기가 악취로 바뀌죠. 줄기가 잘 썩으니까 물도 금방 더러워지고. 그래서 물도 자주 갈아줘야 해요. 싱싱할 때도 특유의 생기를 잃은 것 같은 모습 때문에 보자마자 시들었다고 하는 손님들도 많아요.”

  “아...”

  “그래서 어딘가 꽂아놓고 물을 갈아주는 걸 잊어버린 날이면 저도 모르게 꼭 욕을 한마디 하게 되는 꽃이랍니다. 유리병도 빡빡 씻어야 해요.”

  해례는 이제 남자를 웃게 만들고 싶어졌다. 굳었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사랑도... 결국 그런 모습일까요?”

  “네?”

  “결혼... 하고 싶었어요. 미연이랑. 우리 서로 정말 많이 좋아했거든요. 대학 때부터. 그런데... 미연이는 결혼하면 옥산에 살고 싶다고 했어요. 시골을 벗어나기 위해 멀리 있는 대학까지 왔는데... 다시 그곳에서 영영 살아야 하는 건 싫다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았다. 고향을 떠났지만 결국은 돌아와 버린 이야기. 그것은 바로 해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분은 고향에서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갖고 계시잖아요.”

  그것은 해례와 다른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전히 해례는 안정되고 좋은 것에서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빨리 취직을 해야 했으니까요. 급한 마음에 일단 돌아가기는 했는데, 미연이는 답답하다고 했어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뭘 샀는지 다음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그곳이. 우리 둘 다 각자의 고향에 정착할 마음까지는 없었거든요.”



 

  어찌나 향이 좋고 강한지 마치 그 향에 공기에 실려  춤을 추면서 떠다니는 것 같은 꽃이 있어. 그래서 이름도 '비단향꽃무라'라고 불린단다. 그 향기를 맡으면 누구나 돌아보게 될 거야. 얼마나 예쁜 꽃이길래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날까, 하고 말이야. 그런 향은 기억까지 되돌려 놓는 단다.

  하지만 그 꽃에는 슬픈 이야기도 담겨있단다. 옛날 옛날에 먼 나라에 왕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어. 그런데 사실 그 아가씨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화가 나서 아가씨를 높은 탑에 가둬버렸어. 사랑하는 연인이 매일 탑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 날 함께 멀리 도망가자고 제안을 한거야. 그래서 아가씨는 고민 끝에 승낙의 의미로 스톡을 던졌어. 대답을 기다리며 탑을 올려다보고 있던 그는 공기 중에 은은하게 향이 퍼지자 단박에 알아차렸지. 그리고 꽃을 받아 들고 무척 행복해했지. 

  그런데 함께 도망가기로 한 날 아가씨가 탑에서 타고 내려온 던 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단다. 결국 아가씨는 목숨을 잃고 말아. 남자가 얼마나 슬퍼했을지 상상이 가니?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톡을 보고 그 향기를 잊지 못해서 꺾어서 모자 안에 항상 넣고 다녔대. 그 향기를 오래오래 맡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서 어떤 나라에서는 남자가 스톡을 모자에 달고 다니면 다른 여자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는 맹세로 받아들이기도 한단다. 그렇게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꽃이 된 거야. 

  하지만 아가씨는 죽어버린 걸요. 그게 무슨 영원한 사랑이에요? 게다가 해례는 그 꽃을 쓰레기봉투에 넣을 때마다 화를 냈다고 엄마가 그랬잖아요. 

  향기롭고 행복하기만 한건 쉽게 잊어지는 법이야. 오히려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는 건 슬픔과 고통 일지도 몰라. 이상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란다.

  아가씨가 죽었기 때문에 연인이 계속 기억하고 있는 거란 말이예요? 난 그런 거 싫은데... 빨리 잊어버려도 좋으니깐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자고 행복한 게 좋아요.

  아니... 너희들. 쬐끔 한 게 벌써 엄마 말에 토를 다는 거야?



  

  남자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3월이었지만 꽃집 안에는 조금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례는 얼른 전기 주전자에 새로운 물을 채우고 버튼을 눌렀다.

  “미연이는 상일동에 집을 구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아이 키우기도 좋다면서. 옥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 상일동을 꿈꾼다고요.”

  “꿈꾼다기보다... 학군 때문에 다들 이사 가고 싶어 하기는 하죠. 그래서 집값도 잘 오르는 편이고. 그렇지만... 저도 상일동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그냥 학군이 거기였거든요. 다들 그런 경우가 많아요.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근처 동네에서 자라 가까운 학교에 가는 거죠.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게 있을까요. 각자 열심히 하기에 달린 거지. 여기가 서울도 아니고... 몇몇 아파트들을 제외하고는 상일동도 힘들게 사는 사람 많은데. 특히나 제가 자란 동네는. 그러니까 제 말은... 거기도 뭐 막상 살아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아, 그 몇몇 아파트를 말하는 건가요?”

  남자는 슬쩍 웃어 보였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없네요. 그럼 포기하는 게 맞겠죠? 지금 미연이를 설득해서 결혼한다고 해도 그 뒤에 맞게 될 현실은 뻔하니까요. 그래서 영화 같은 거 보면 도망가는 장면까지만 나오나 봐요. 그 뒷얘기는 뭐...”

  해례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그렇다고 포기해 본 적도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흙에서 자라는 식물은 간혹 물에 담가서 키울 수는 있지만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다 죽고 만다. 그 연인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상일동은 아니더라도 옥산까지는 와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럴 수 없다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이쯤에서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누가 옳고 누가 그른것이 아니라 그저 원하는 것이 다를 뿐이니까.

  해례는 꽃집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도 함께 살지 않는 부부를 많이 보았다.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도 여전히 옥산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간혹 결혼을 해도 결혼 전과 다름없이 부모님과 살면서 자신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사는 것이 결혼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것보다는 직업이나 경제적 형편이 더 문제인 것 같았다. 좋은 직업이나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함께 살 수 없어도 결혼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남자는 지금 여자 친구와 결혼 후에도 함께 살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뿐만 아니라 상일동에 집을 구해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은 것이다. 해례도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상일동의 높은 아파트느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그 집에는 과연 누가 산단 말인가. 애당초 남자에게는 맞지 않는 숙제였다.

  “이제 꽃집에서 스톡은 철이 끝나가요. 가을, 겨울이 제철이라 봄부터는 꽃도 작고, 생기도 없어지다가 점점 볼 수 없게 되죠. 밖에서 키우는 것도 지중해가 원산지라 그곳에서는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계속 살아간다는 데, 겨울이 춥고 여름이 더운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한해 살이 꽃이에요.”  

  남자가 고개를 들어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 해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다 끝났다는 건가요?”

  “뭐든 끝날 때가 오지만... 식물은 어디서 자라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아...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제가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제 주말이 되면 늦잠도 자고 좀 쉬면 어때요? 그동안 주말마다 허둥지둥 도시로 나오느라 바빴잖아요.”

  영원한 사랑도 늘 꿈꾸던 환상도 그 실체를 마주하면 사실 별거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거나, 이루지 못한 꿈이거나 가보지 못한 세계라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막상 손에 쥐어보면 시들어가는 꽃처럼 초라하고 결국 썩어가는 악취만 남을 뿐이다.

  남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해례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해례는 언제나 모든 꽃이 다 팔려나가서 꽃들의 마지막을 보지 않기를 원했다.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들어오자마자 팔려나가면 또 새로운 봉우리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를 바랐다. 해례는 마지막을 보는 것이 언제나 슬펐다. 특히 사랑의 마지막을. 그 사랑이 영원히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패해야 했고, 그 사랑과 영원히 함께 하는 행운을 누린다 한들 그것은 곧 지난한 일상과의 싸움으로 변할테니까.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자도 언젠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스톡 향을 맡으면 지나간 사랑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대의 청춘과 동경하던 도시의 생동감 속에 뒤섞여 있는 사랑의 추억을. 그리고 그 추억을 조금씩 꺼내야만 견딜 수 있는 일상이 자기 앞에 펼쳐져 있을 때 비로소 그 실패한 사랑에 감사할지도 모른다. 해례는 골목길에 한참 동안 서서 누군가를 찾듯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그를 보고 있었다. 




  해례는 끝내는 방법을 몰랐던 건지도 몰라. 아니면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그래서 그냥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걸까. 어쩌면 그것이 가장 해례다운 모습인 것 같아. 해례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거나,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아이였어. 슬픔을 견디는 것에도 소질이 없었지. 결국 실패하는 것도 견디는 것도 자신 없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래서 도망쳐버린 것 같아.

  뭐로부터 도망친 거예요? 누가 쫓아 왔나요?

  아마도... 헤어짐으로부터 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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