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서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 이 파일 처음부터 다시, 볼륨을 좀 더 키워서 재생해 주십시오.”
서준의 얼굴을 살핀 김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볼륨을 높였다. 스피커를 통해 교장의 목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울렸다.
“강혜린 그거, 쓸데없이 정의로운 척하다가 제대로 걸렸지요. 걔가 담임 맡은 반에 장애 학생이 있는데, 그 반 대표 엄마 시켜서 그 부모 충동질하라고 하죠. 강혜린이 자기 자식 차별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면 그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 넣을 거고. 교육청은 접수만 해 주십시오. 인권위 정보도 주시면 좋죠. 네네, 물론입니다. 조금만 더 부추기면 인권위에 신고할 겁니다. 자식 일이라면 부모들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하. 장애학생 차별 교사 강혜린은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스스로 무너지는 건 시간문젭니다.”
교장의 야비한 웃음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었다.
서준은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다.
혜린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었다.
“강혜린, 제 동생입니다….”
서준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혜린이를… 이렇게 만든 대가를!”
“어떻게 이런 일이…….”
배수진과 김도윤, 정의주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장태준 역시 굳게 다문 입술을 깨물었다.
모두들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충격과 분노가 B110호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새봄고 사건: 팀의 첫 번째 작전 개시]
김민준 사건의 은폐된 진실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박현우의 또 다른 사건이 드러났고, 강혜린의 죽음 뒤에 숨겨진 조직적인 모략까지 확인되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권력에 의해 짓밟힌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첫 번째 작전을 논의하는 팀원들 사이에는 비장함과 결연함이 흘렀다.
서준은 굳은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우리가 방금 확인한 박현우 사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부유한 학부모와 학교 권력이 결탁해 진실을 조작하고, 피해 학생의 트라우마를 외면했습니다. 심지어 그 이전에도 또 다른 학폭사건을 조작하고 빠져나갔고요. 이건 분명한 권력형 비리입니다.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배수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당시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던 학생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피해 여학생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은데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장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당시 주범으로 지목된 학생을 찾아보겠습니다. 학폭위 기록이나 관련 서류들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안에 분명 허점이나 조작의 흔적이 있을 겁니다.”
김도윤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는 해당 사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이나 SNS 기록 중 삭제되거나 조작된 부분이 있는지 복원해볼 수 있습니다. 교감의 클라우드에서 추가적인 통화 기록이나 문자 내역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정의주는 굳은 얼굴로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박동재가 학폭 은폐를 위해 학교나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제공했을 비정상적인 금전적 대가를 찾아보겠습니다. 학교의 예산 집행 내역과 특정 업체와의 계약 관계를 꼼꼼히 분석해서 리베이트가 오갔을 가능성을 파헤치겠습니다.”
서준은 팀원들의 각오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 사건, 총력을 다해 진실을 밝혀냅시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우리의 목표는 권력에 의해 짓밟힌 진실을 바로 세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장태준 부장님, 그럼 새봄고 학생을 찾아보는 일은 부장님께 맡기겠습니다.”
장태준은 곧바로 움직였다.
19회에서 계속…